나의 도시, 당신의 헤테르토피아 - 진주의 기억과 풍경 그리고 산책자
김지율 지음 / 국학자료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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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태어나 진주 문학상을 받았고 경상국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김지율 저자의 책으로 안개 속 이국의 도시인 진주의 기억과 풍경을 그린다. 현재도 진주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장소가 존재를 어떻게 확장하고 어떤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지에 의미를 부여한다. 소환되는 장소를 떠올리며 패턴을 만들어 우리의 삶이 장소나 공간과 연결되고 또 반복됨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구축한다.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과 의암, 뒤벼리와 문화거리, 새벼리와 석류공원, 망진산과 봉수대, 비봉산의 봄, 월아산의 해돋이, 진양호의 저녁노을을 이 책에서는 진주의 팔경으로 소개하고 있다. 나열해 놓고 보니 행복하고 따스한 장소로 다가왔다. 적당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 속에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진주의 아름다움이 어느새 함께 걷고 있을 것만 같다.

OTT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서나 간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에 극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책에서 이러한 아쉬움을 잠시 잊게 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였던 장소로 극장들이 나온다.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는 곳이었고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진주 최초의 상설 극장을 소개하면서 최초의 일본식 극장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진주는 물산이 풍부할 뿐 아니라 주변 도시의 물자들이 모이는 곳이었기에 많은 보부상들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1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중앙시장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시장 골목은 여전히 부산하다. 돼지 뼈에 우거지를 넣어 끓이던 화덕 위의 무쇠솥, 밥과 반찬이 담긴 커다란 쟁반을 머리에 이고 활보하던 앞치마의 아주머니들. 말로만 들어도 참 정겨운 풍경이 그려진다. 베스트 실루엣의 양장점 이야기 속 색색깔 실패들이 벽에 꽂혀있는 사진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예술작품처럼 화사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77년의 역사가 있는 수복빵집, 진주의 차 이야기와 죽향 등 구경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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