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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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자연과의 소통을 위한 메신저였는지도 모른다. 팬데믹으로 인간이 혼란스러울 때 제자리에서 묵묵히 평정을 유지하며 살아내는 건 대자연이었다. 이를 알아본 베리 로페즈는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 서정적인 글을 써 내려갔다. 땅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정체성 등의 문제를 다룬 픽션 및 논픽션 작품들 발표하고 여러 장르의 작가들과 공동 작업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 책은 베리 로페즈 사후에 출간된 그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한다. 그가 다녀왔던 장소들과 스스로 실천해 온 사랑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이 시대에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명료한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이 담겨있다.

숲길과 도시의 거리를 걸은 사람을 비교해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지만 숲길을 걸은 사람이 집중력 향상은 물론 우울감도 줄어든다. 새소리, 벌레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이 내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치유의 음악이다. 푸른 풀밭, 속이 훤히 보이는 바닷속은 편안함과 상쾌함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생존에 이로운 탈을 쓴 온갖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베리 로페즈는 물에서 고요한 바다와 함께 연상되는 무한한 인내를 보인다며 강둑 뒤에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다양한 인간들, 앞에 놓인 것이 비열한 위협이든 야생의 아름다움이든 피하지 않고 적응해 가는 그런 사람들이 보인다고 한다. 이 시대는 절망에 믿음을 걸라고 강하게 유혹하지만, 강력한 유혹을 물리칠 근거를 자연에서 발견하는 베리 로페즈의 시선과 생각이 넓은 인식을 직조한다는 리베카 솔닛의 말이 생각나게 했다. 미지의 것이 두렵지 않고 무시무시한 것이 도사린 가운데 살아가도 화목하고 자연이 주는 앎이 있기에 다른 어디에서도 찾지 못하는 각오를 얻는다고 한다. 목숨을 내놓는다는 표현보다는 목숨을 자연에 맡긴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대자연과 하나이기에 두려움이란 있을 수 없다고 느껴진다. 코로나19가 남긴 것 중 하나는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갔다는 점이었다. 이 책을 통해 자연과 가까워지는 법을 배운 것 같아 맘이 편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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