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감동과 함께 흘러나오는 지브리 음악은 환상 자체이다. 음악 자체만으로도 감성을 자극해 풍만한 세계로 연결하기도 한다. 음색을 기억하며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의 능력은 대단히 정교하여 인간의 진화에 음악적 창조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이 책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음악감독인 히사이시 조와 뇌과학자이자 해부학자이며 사회 비평 등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손꼽힌다는 요로 다케시와의 감각적인 대화를 다룬 책이다.뇌과학자 요로 다케시는 지브리 음악감독 히사이시의 조리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좋은 음악을 듣는 기분이라 음악과 언어가 깊은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히사이시의 음악은 음악만으로도 생생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뇌는 영상보다 음악을 먼저 느낀다.’히사이시는 영상에 빈틈없이 맞춰서 음악을 만들면 항상 음악이 영상보다 빠르게 느껴져 프레임을 늦춰서 음악을 넣고 그렇게 하면 영상과 음악이 위화감 없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 시각과 청각은 의식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서로 달라 차이가 나고 생물이 눈과 귀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완전히 다른 정보를 포착하기 위함이며 눈과 귀가 똑같은 정보를 포착한다면 두 기관을 모두 사용하는 의미가 없다는 말을 요로는 덧붙였다. 그런 섬세함까지 신경 써서 음악을 만든다는 게 일단 놀라웠다.작곡의 핵심은 영감이 아니라는 말에 의문이 생겼다. 영감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작곡을 한다는 말일까? 히사이시는 정해진 음을 조합하여 한정된 음을 가지고 음악을 구축하는 작업이지 영감을 떠올리는 일을 계속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모티프를 가지고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나갈지 생각한다는 히사이시의 말에 요로는 건축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했다. 요로의 말이 와닿았다. 쌓이는 벽돌처럼 음악도 영감만 플레이 되는 건 아니니깐.“직업이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은 작품이고 자신은 그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라고 생각하면 그런 예술가의 삶 속에서 무언가 참고할 만한 것,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좋은 음악과 현대 음악의 역사 등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공감이 창조적인 대화로 음악에 대한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