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유발하고 충동을 동반하는 게 사는(live) 모습 중 하나인데 이는 사는(buy) 것과 많이 닮았다. 실제로 삶을 들여다보면 이런 것들의 연속이며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이는 마케터에게는 아주 쉬운 발견이자 주어진 일거리이다. <마케터의 일> 통해 알게 된 장인성 마케터의 산문집이라 제목을 보자마자 삶과 소비가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파리 갤러리 라파예뜨 샹젤리제에서 구입한 신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신발 끈 없이 지퍼로 여닫는 방식이지만 신발 끈 모양이 선명한데 고무로 신발 끈 모양을 냈다고 한다. 기능이 없는 형태의 순수한 장식에 패기와 위트까지 가져간다는 저자의 말은 이 책에서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저자는 디자인에서 오는 감정을 나열했다면 소비의 비용이나 스케일에 따라 자신감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소비의 형태는 우리가 사는 이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자 삶을 사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중에도 가장 자주 꺼내게 되는 건 이거, 매일의 가방에 든 가벼운 우산이다. 예상치 못한 때 비가 내리고 이 우산을 꺼내어 펼치면 가끔씩은 좀 행복하다. 필요할 때 손에 있는 작은 우산이 제일이지. 이게 성능이고 이게 아름다움이지.” 우산을 늘 지니고 다닌다면 준비성 있는 사람이 맞다. 가벼운 우산을 들고 다니자는 아이디어를 얻은 건 오래전 홍콩 여행에서였다는 저자는 여행 중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수동의 작은 우산을 산게 운 좋은 만남이었다고 한다. 머리만 겨우 가릴 정도의 우산에 신세를 지며 작고 가볍기에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습관화됐으며 심지어 우산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급한 필요에 의해 구입한 우산과의 만남이 깊이 빠져드는 탐구의 영역까지 옮겨가며 행복의 감정까지 전달받는 이야기가 참 좋다. 이처럼 이 책에는 사는(buy)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자꾸 사는(live) 이야기가 되어버린 말 그대로 저자의 사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