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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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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뉴스거리로 끝나는 고통스러운 많은 일들이 1분 전에도 후에도 일어나고 있다. 매체 앞에 앉아있는 우리는 뉴스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여기며 채널을 돌려 자연스럽게 예능을 본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 얼마나 처참하고 비참한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 없다. 그저 고통을 성찰하지 못하고 그냥 소비하는 정도에서 적당히 공감하고 만다. 다양한 매체들이 떠들어대는 고통은 제대로 된 타인의 곡소리를 담고 있지 않다. 구경꾼은 안전하다는 자신의 안위를 확인한 채 타인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를 누린다. 전쟁과 기근으로 오로지 먹고사는 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타인의 고통 따위는 말 그대로 남 일이라 여기며 구경할 시간도 없이 살아남기 위해 애썼다. 그럼, 현재는 잘살아서 타인의 고통을 구경하는 걸까?
김인정 저자는 광주MBC 보도국에서 주로 사회부 기자로 일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고통의 규모와 수치뿐만 아니라, 사건의 감춰진 맥락을 복원하는 데 집중하며 사건 사고, 범죄, 재해 등을 취재했다고 한다. UC버클리 탐사보도센터에서 사회 양극화와 인종 차별 문제를 취재하고, 소셜미디어와 마약 문제, 시민 운동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언어와 인종, 계급을 넘어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아픔에 어떻게 가닿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프리랜서 기자로 다양한 언론사와 협력하여 취재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고통과 상실을 겪어낸 한 사람이 잔해 속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같은 이름의 다른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슬픔과 우울, 기억의 혼돈 속에서 그들은 뒷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사적인 애도를 겪어내는 이들을 위해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