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나 두피에 바르는 화장품이나 샴푸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 많다. 피부에 닿는 것만큼은 성분도 꼼꼼히 살피고 이것저것 비교해 가며 좋은 제품으로 선택한다. 그런데 피부에 바르는 것보다 더 신경 써야 할 입으로 삼키는 일에는 관대하다.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눈요깃거리가 되면서도 강렬하게 맛있는 음식으로 건강을 입속에 골인시킬 자신감 넘치는 두 모녀가 쿵쾅쿵쾅 요란하게 영업일기를 펼쳐냈다.책 표지 사진이 마른 잎 장식과 채소로 예쁘게 자리하고 있어 비건 레스토랑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왜 불편할까 생각해 보니 젠더로 이어지는 해석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모녀이다. 엄마인 변혜정 저자는 여성학자로, 젠더, 성평등, 인권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였고, 의학도로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밟다가 갑자기 요리에 꽂혀 셰프가 된 딸 안백린 저자이다. 현재 딸 린 셰프와 엄마 변혜정 서버의 위치에서 ’천년식향‘이라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건강을 강조하지만 맛없는 초록색 음식 대신 화려한 플레이팅에 단짠단짠의 조화를 담아내며 비주얼과 맛에도 끊임없는 연구를 하는 것 같다. 채소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책 속의 음식들은 침이 고일 만큼 짭조름함이 느껴지면서 맛있게 예쁘다. 모녀가 운영하는 쳔년식향의 목표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만을 위한 음식점이 아니다. 고기를 선호하는 논 비건에게 미끼를 던지기 위해 당당한 불편함과 함께 매력을 발산하는 일을 이 책에 담았다.“참신한 발효 채소의 사치로 쾌락과 릴랙스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