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부분을 그대로 떼어 놓은 듯한 극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에서 진정성을 선호하는가 하면 현실을 상상력으로 살짝 비틀거나 판타지가 가미된 소설을 오히려 현실에서 탈피하는 쾌감으로 느끼기도 한다. <달콤한 픽션>은 일상에서 공감을 끌어낸다. 흔하여 특별한 게 없지만 편의점 야외 의자에 앉아 이웃의 푸념 속에 달콤함을 찾아 맞장구치는 동네 사람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무리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고 해도 현실과 다르길 바라며 소설적인 현실로 해석하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려 애쓴다. 리얼리티가 없으면 공감을 얻지 못하지만,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를 그리고 싶어 한다. 현실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기제가 작동하여 묘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는 마무리가 마음에 드는 소설집이다.메마르고 질긴 선인장은 죽기도 죽이기도 어려운 식물이라 남편 같기도 나 같기도 하다며 <선인장 화분 죽이기>를 망설이는 화자의 답답한 심정이 그려진다. 누구든 선인장이 될 수도 있고 선인장 주위를 둘러싼 가시로 나타나기도 하며 예쁘게 핀 선인장꽃이기도 했다.”정인이 양손 가득 마트 봉지를 들고 저만치서 걸어왔다. 나는 정인을 부르지도, 차마 남편이 있는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타인에게서 비친 나의 심리상태를 부정하기 위해 현실에 충실하려는 화자가 그려낸 <팩토리 걸>.“윤은 늘 자기의 반경 안에, 손이 닿는 곳에 나를 두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윤이 나를 대단히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곁에 두고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일 뿐. 원한다기보다는 필요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달콤한 픽션>은 스토리의 굴곡보다 리듬감이 있는 소설로 다가왔다. 화자의 엉뚱한 상상과 행동도 귀엽고 ‘스팸’의 등장은 충격과 웃음 그리고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단편이다.”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낭만은 지속되어야 했다.“코인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며 소박한 것에 만족을 느끼는 자신을 외면하려 애쓰는 <패밀리마트>는 시크릿 용어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자기계발을 하는 꼬여버린 짠한 청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사소한 것들까지 너무도 간절히 원하는 내 모습을 스스로 들킬 때마다 진짜로 쪽팔렸다.”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