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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 갇힌 사람들 - 화면 중독의 시대, 나를 지키는 심리적 면역력 되찾기
니컬러스 카다라스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관계를 맺을 때 소통을 우선시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통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오늘날은 가만히 앉아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소통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즉각적이라는 면에서 큰 장점도 있지만, 화면중독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는 심각하다. 전 세계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어 좋으나 대면 상호 작용이 주는 감각의 언어들은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다.
검색 한 번이면 지식이 쏟아지기에 생각할 자유라는 말이 구시대적인 발언이 될 만큼 주입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정신 건강을 해치는 기술 중독은 디지털 세뇌와 행동 수정으로도 이어져 진정한 소통에 장애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허함은 기술 발달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잘 짜여진 생활, 즉각적인 소통, 손쉽게 얻어지는 정보로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며 이롭게 산다고는 하지만, 손안에 잡히는 작은 도구로 실행되는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무엇하나 빠진 듯한 공허함은 채울 수 없는 빈자리를 남긴다.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기 수십 년 전에는 길을 잃고 공허함을 느낀 사람들이 소속감과 목적의식을 찾기 위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발을 들이기도 했지만, 그 시절의 공허하고 길 잃은 영혼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에 불과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공허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그 중심에 소셜 미디어가 있다. 우리 사이에 만연한 이 외로움과 공허함은 문화적으로 그리고 디지털식으로 증폭되었고 우리를 현대의 광신적 집단인 ‘거대 기술기업 교회’로 이끌었다는 저자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포기가 되었다. 자연인으로 사는 일마저 소셜 미디어를 위한 목적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저자가 말한 거대 기술기업 교회의 신도로써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 같아 무섭기까지 했다.
남의 삶을 엿보거나 알고리즘의 끌어당김에 넘어가 소셜 미디어를 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이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의 공허함은 우울로 이어지고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외로움마저 극대화한다. 이 책에서는 지나친 기술 세계에 해독제로 철학을 꼽았다.
“철학은 이성을 사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중요한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연과 함께하고, 늘 끊임없이 성장하려 하는 인간의 능력을 되찾게 한다.”
스크린 중독이라는 시각적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일에 망설이는 걸 보면 이미 우리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생각의 굴레를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나 여유를 찾아 나서는 명상과 적절히 함께한다면 스크린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에 의한 통제는 단순히 탐욕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그 이상일까? 라고 말했지만 다르게 묻고 싶다. 이러한 기술은 탐욕일까 아니면 이상을 찾아 나서는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