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
이다정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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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함으로 소화 잘되는 죽 같은 인생만 살아왔다고 한다. 소화가 잘된 인생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흐르는 세월에 맡기며 그냥저냥 살아온 인생이 더 어울리는데 ‘죽’에서 필이 왔다.

유튜브에 ‘철이 없다’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 이유가 결혼을 안 해서, 아이를 안 낳아서 철이 안 들었다는 추측에 웃었다. 시대가 변해서 그런 말들은 핑계조차도 안된다. 궁금해서 유튜브를 봤다. 낮술, 맨정신에도 혀 꼬인 말투, 한쪽으로 치워진 이불 옆에 밥상 놓고 혼술, 술 먹다 부모님께 혼나는 모습 등 영상 한 개를 봤는데 답이 나왔다.

말투는 약간 거북해도 차분하게 일상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좋았다. 먹고 마시는 일보다 말하는 비중이 더 많았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매일 반복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저자의 말이 일상을 다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 말재주를 담은 책이 ‘내 인생 무임술차 좀 할게요’인 것 같다.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라면 지나온 날들을 잘 헤쳐오긴 했나 보다. 목표를 항상 낮게 잡아서 달성률이 100퍼센트라는 저자다. 소주 원샷 하며 달게 넘기는 모습을 보면 하루 목표는 소주 원샷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나름 철학을 가지고 긍정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나 보다. 다소 느리지만 오늘도 나아가고 있다는 부분을 읽으니 생각나는 유튜브 영상이 있다. 최근에 올라온 영상인 것 같은데 신입에게 일을 온 맘으로 가르쳐서 녹초가 된 모습으로 혼술 하는 영상이었다. 게으른 척하는 완벽주의자로 보이기도 했고 뭔가를 하면 딱 부러지게 하는 스타일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적당히 살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힘들어하고 적당히 일하는 게 범죄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남들과 조금 다를 뿐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능력이다.“

목표 없이 달리다가도 묘비명 하나쯤은 건질 날을 위해 열심히 살아내는 것 같은 일상으로 느껴진다. 많은 ’적당히‘ 들이 모여 하루를 만들어 영상 속 소주 한 잔과 일상의 대화가 적당히 산, 열심히 산, 바쁘게 산 이들에게 ’짠~’할 기회를 주는 약간은 헐렁한 신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가만히 있는 것 같은 잡초들도 수십 시간 수백 시간을 카메라로 담으면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각자의 시계에 맞춰 흘러간다.”

저자의 인생을 말하는 것 같다. 적당히 느리게 인생 날로 먹으면 안 되냐고 묻지만 수십수백 시간을 돌아보면 술차님 또한 잡초의 춤처럼 인생의 물결을 만들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비록 잔잔하더라도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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