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에디터는 단순히 저자의 글을 다듬어 책 만드는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초연결 사회에서 말과 글을 업으로 삼는 지적 생활자이자 대화 중독자이며 사람과 사람, 세상과 세상을 잇는 섬세한 연결자로 살아간다고 한다. 에디터의 자부심과 마주한 문장을 읽으며 지극히 맞는 정의에 일의 매력을 추가하면 멋진 문장이 완성된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편집에 관해 말하지만 매뉴얼은 아니며 에디터로서의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하였다. 출판 노동 당사자로서 정체성을 스스로 자각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경력의 절반을 회의하는 관찰자로 살았고 나머지 반을 분열하는 주체로 살았다고 한다. 길게 나열한 글은 아니지만 뭐가 이렇게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에디터는 맞춤한 무대를 마련해 주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주는 연출자로서 무대 아래를 지키고, 하루 종일 타인의 원고를 들여다보느라 구부정한 뒤태를 가졌을지언정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과 개입하고 싶어 안달하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활발한 내면을 품고 살아가는 은둔자라고 해야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하는 거 같은데, 물 위에 떠다니는 거위의 발처럼 텍스트라는 평온을 띄우는 사람 같아 보인다. “에디터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신뢰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저자일까, 독자일까, 아니면 동료 에디터일까? 나는 책 자체라고 답하고 싶어진다.”에디터가 한 일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에디터가 책과 마주할 때는 달라진다. 발견하고 가공하고 연결한 과정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단 백 권만 팔리더라도 ‘결코 중고 서점에 내다 팔고 싶지 않은 책’을 고민하는 게 에디터의 본업이라 말하는 저자에게서 작품을 ‘내 새끼’라고 부르는 장인 정신이 보였다.상업적인 도서를 만들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당대 사람들이 지금 무엇에 목말라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중에게 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친절한 게 좋긴 하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밀고 나가는 딱딱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고집 있는 독자라면 해소보다 끌려가지 않도록 끙끙 앓으며 지식을 쌓는 일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독자의 욕망, 책의 쓸모를 궁리하는 괜찮은 에디터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