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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ㅣ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고객을 맞이하는 음악도,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도 없는 고요한 채소 매장을 좋아하는 다카하시는 간토 지방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대형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슈퍼 마루마루’의 본사 직원이다. 가게 앞에 진열할 부식품 및 계절별 세트 상품과 기획행사를 준비한다. 다카하시는 누구에게도 성적 이끌림을 느끼지 않는 남자이기도 하다.
얼굴이 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고백에도 연애 감정의 해석을 못하는 사쿠코는 누구에게도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다.
“에이로에이섹에 관한 지식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연애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하는 쪽이 더 이상하다. 연애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에이섹슈얼은 성적 지향 중 하나로 남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을 뜻하며 에이로맨틱은 연애적 지향 중 하나로 남에게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이 둘을 합하여 ‘에이로에이섹’이라고 한다.
“날갯빛 양배추”
슈퍼 마루마루의 다카하시의 블로그 닉네임이다. 사쿠코는 다카하시인 줄 모른 채 동질감을 느끼며 블로그 알림까지 받아 가며 구독하고 있었다.
”좋은 사람 없느냐는 공격을 피해 서둘러 카레우동집으로. 얼룩이 묻었다.“
블로그에 적힌 글을 보고 사쿠코는 체온이 높아지는 걸 느꼈다. 방금 본 갈색 얼룩이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가 날갯빛 양배추인 걸 확인하는 순간 기쁨을 감출 수 없어 어떻게든 다카하시에게 말을 걸기 위해 따라나선다. 기쁨에 공감을 표하며 함께 이야기를 이어간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건, 십중팔구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혼자가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은 둘은 알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도 괴로워한다.
”저와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는 일생일대의 큰 제안을 사쿠코는 다카하시에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동거는 시작된다.
세상 사는 방식에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성향 또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그려내면서 당황함 속에 소설은 재미를 더해가지만 평범함이라고 하는 보통의 삶인 남들처럼 사는 게 정답은 아니다.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 말고 단순한 인지적 현상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정말 중요한 그들의 성향을 존중하는 게 먼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가족은 성적 끌림으로 구성원이나 늘리는 구시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형식의 가족 탄생을 기대하며 읽어 신선했다. 두 사람을 응원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