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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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되면, 장애에 대한 인식과 고통의 수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분노와 우울에서 주체적 삶으로 이행해간다는 사실이다. 상실과 소외 속에서 분노하다 결국엔 받아들인다. 이후 주변의 지지를 회복하고 일상에서 긍정적 요소들을 발견한다. 이어 잔존감각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되찾는다. 잃어버렸던 삶을 다시 세우고, 일상에서 작은 것을 성취하며 자신이 쓸모 있다는 면을 되찾게 되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프랭크 브루니는 흐릿한 어둠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속적인 도전을 시도한다. 자신의 관심과 애정을 주변으로 확장시키고 타인에게 희망이 되고자 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장애와 함께 성장해 갔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는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수십 년간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아온 프랭크 브루니는 뉴욕타임스 간판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백악관 담당 기자, 이탈리아 로마 지국장을 역임하고, 음식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쉰두 살이 되던 어느 날, 뇌졸중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고 만다. 이를 계기로 상실 속에서 현실을 깊게 성찰하며 지혜와 품위를 배우게 된다.

지독한 불운에 대해 인정했지만, 화창한 날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비가 내리리라고 확신했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궁극적으로는 거절하리라고 생각해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가 많은 그에게 비관론은 차고도 넘쳤으며 언제나 최악을 준비하는 것은 특이하고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타고난 성벽 탓으로 돌리기 바빴다.

“뇌졸중을 겪고 안개 같은 시야를 경험하며 한동안 내면의 날씨를 감당할 방법을 모색하다 이 근본적 진실을 새로이 음미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앞으로 매끄럽게 나아가는데 나만 삐걱거리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감당하고 있다는, 남들은 토끼풀에 안착했는데 나만 가시덤불에 들어섰다는 믿음. 자기 연민은 대개 이러한 망상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은 실은 모든 사람이 언제라도 강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고통을 헤쳐나가기 위해 과거에도 노력했고 현재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에게 삶의 도전은 상실에 적응하는 것과 상실은 불가피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삶의 유일한 궤적임을 아는 것이다. 삶의 도전을 마주하고 가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 있으며 그중에는 위안도 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잘 살기 위한 비결, 가끔은 살아남기 위한 비결인 셈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담아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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