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양장) ㅣ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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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야, 오만은 아주 흔한 결점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하나같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 실은 누구나 오만해질 수 있다, 유독 오만에 빠지기 쉬운 게 인간의 본성이다, 실제건 상상이건 자기한테 있는 어떤 특성을 이유로 자만심을 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이야. 허영과 오만은 달라. 같은 뜻으로 쓰일 때가 많지만. 허영이 없어도 오만할 수는 있거든. 오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들 눈에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의 문제야."

                                                          p 35 메리의 말 중에서








<오만과 편견>은 워낙에 유명한 소설입니다.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제작된 로맨스 소설이지요. 알고만 있고 어느 것 하나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유가 제목에 대한 저의 편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끌리면서도 굉장히 지루하고 딱딱할 것 같았거든요. 그야말로 '편견'이었습니다.

 

 

내용조차도 전혀 들은 바 읽은 바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로맨스라니. 아마 고전이 아니었다면, 순전히 로맨스만 있었다면 딱히 읽지 않았을 것 같기는 합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당시의 결혼에 대한 관습을 풍자하는 내용들이 로맨스를 중심으로 그려진 소설입니다.

 

 

소설의 처음 제목은 '첫인상'이었습니다. 읽다 보니 첫인상이란 제목도 잘 어울립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 우리가 많이 하는 말이죠. 소설 속 '오만'은 다아시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편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점점 서로를 알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에 오만으로 보였던 다아시는 엘리자베스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며 깨닫게 되고, 다아시를 오만하다며 미리 금을 그어버린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잘못된 편견을 절실히 뉘우치게 되고, 마침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첫인상이 많은 걸 좌우할지 몰라도, 그 첫인상이 모든 것을 알게 하지는 못합니다. 이 책은 그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당한 재운을 지닌 독신남이 아내 될 사람을 찾기 마련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사실로 통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워낙 확고해서, 사람들은 그런 남자가 동네로 갓 이사 오면 그의 감정이나 의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를 자기네 딸과 마땅히 맺어져야 할 재산으로 여긴다.

                                                                 p 9 도입부

 





오만이라는 말은 다른 의미로 자존심, 자만이라는 말과도 닿아있습니다. 허영이라는 말과도 이웃사촌쯤 되겠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일단은 '체'한다며 거부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소설 속 엘리자베스 또한 그런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편견은 반쯤 눈을 감은 채로 사람을 보는 것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편견은 요지부동이기 일쑤입니다. 아니고 싶지만 잠재의식의 공간에 미 방을 만들어버리니까요.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크게 열고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비일비재한 일이지요.

 

지금을 예로 들면, 화면으로 만나는 연예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있겠지요. 좋다, 싫다가 어쩌면 자신이 만든 편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스스로를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알마나 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에 흔들리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저 또한 예외일 수 없어서 편견에 휘둘림 당하기도 했고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기도 했으니까요.

소설은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일에 있어서 순간에 현혹되어서는 안되며,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이 얼마나 쉽게 휘둘리는 나약한 존재인지를, 또한 자신만의 굳은 신념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베넷 가에는 아직 미혼인 딸이 다섯 있습니다. 첫째 제인, 둘째 엘리자베스, 셋째 메리, 넷째 키티, 다섯째 리디아입니다. 제인은 더할 나위 없이 선하고 배려 깊고 상냥한 아가씹니다. 누가 됐든 이해하려 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하는 사려 깊은 사람이지요. 소설 속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할 말은 하는 당찬 아가씹니다. 자기주장도 강하고 통찰력과 예의도 장착한 사람입니다. 다만 사람을 제대로 보는 지혜로운 눈은 편견에 가려져 반쯤 눈을 감고 있지만요. 물론 나중에는 눈을 뜹니다. 메리는 책을 좋아하는 학구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고, 캐서린(키티)과 리디아는 남자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천방지축 철부지들입니다.

 베넷 씨는 가족에 조금은 무관심한 사람이고 베넷 부인은 딸들을 좋은 남자와 결혼시키는 것을 지상과제처럼 여기는 사람입니다.

 

 

 빙리 씨가 네더필드로 이사 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빙리 씨는 제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게 됩니다. 제인처럼 빙리 씨도 성품이 따뜻하고 선합니다. 빙리 씨의 친구인 다아시 씨는 이미 오만한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또한 그 소문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기지요. 빙리 씨와 제인의 사랑이 깊어간다고 믿었고 둘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빙리 씨가족과 다아시 씨는 홀연히 런던으로 떠나버립니다. 제인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엘리자베스 또한 분노하지만 그저 받아들이기로 정합니다.

 

 

 베넷 씨가 사망하게 되면 베넷 씨의 유산을 상속하게 되어있는 친척 콜린스 씨가 베넷 가에 옵니다. 그는 제인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당시 제인과 빙리가 좋은 사이로 지내던 참이라 금방 단념하고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합니다. 엘리자베스는 거절을 하지요. 그러자 며칠 사이 가까이 지내던 이웃 루카스 경의 딸, 엘리자베스와도 절친이었던 샬럿에게 또 청혼을 하고 샬럿은 그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떠나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는 결혼은 있기 마련이네요.

 

 

 줄곧 다아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엘리자베스는 결혼한 샬럿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했다가 다아시를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아시에게서 청혼을 받게 되지만 엘리자베스는 모진 말로 매몰차게 거절을 해버립니다. 그녀의 거절 속에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이 지배적이었어요.

 

 

 하지만 다아시가 전해준 한 통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눈이 얼마나 가려져있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몹시도 부끄러워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다아시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지요.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도도하고 똑똑한 '체'하는 이는 엘리자베스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편견에 쉽게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 면을 보면 자신의 믿음이란 것이 편견과 맞물리면 얼마나 돌이키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엘리자베스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누구보다 다아시가 오만하다는 자신의 생각은 확고하면서 중간에 등장하는 위컴이라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열려버리거든요. 그녀의 이중적인 잣대가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서 안쓰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제3자의 시선, 소설 속 인물이라서 였을까요. 나중에 진심으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정한 눈을 뜨게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합리화는 못내 씁쓸함을 주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다양한 성격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베넷 가를 중심으로 결혼과 사랑에 관한 테마를 풀어놓습니다. 그에 따른 군상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합니다. 물론 이것은 18세기 후반, 19세기 초반 시대를 감안하고 읽어야 합니다. 당시의 결혼은 첫 문장에서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후기. 딱히 서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 시대의 영국도 계급과 재산과 가문과 권력이 결혼의 중점인 시대였던 점은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단순한 의미에서만 본다면 지금은 좀 심드렁해졌지만 한동안 선풍을 끌었던 신데렐라 스토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평범한 서민 집안 출신 여성이 상류층 귀족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이야기니까요. 그렇지만 그걸로 전부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시의, 위와 같은 결혼이 만연했던 시대에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엘리자베스 같은 여인은 흔하지 않았을 테고, 오만이 어쩌면 당연한 걸로 알고 살았을지 모르는 대단한 집안의 다아시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오만과 이기심을 깨닫는 것은 더구나 흔치 않았을 것인데, 그 시대를 살았던 제인 오스틴이 이런 인물들을 설정하고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은 당시로는 굉장히 센세이셔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소설이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이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때와 지금을 관통하며 공감되는 스토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관점은 시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변화를 거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이 작품 이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계속 비슷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사랑과 결혼이란 주제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오만과 편견 또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있어왔던 화두이고요.

 

 

 

사랑과 결혼에 대한 당시 세태와, 그에 따른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소설 오만과 편견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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