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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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라스트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당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대화의 디테일한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고 그날그날 각자의 머리를 사로잡았던 상념을 꺼내놓았다.

                                               프롤로그 스승이 필요한 당신에게 중에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김지수 기자가 암 투병으로 생의 막바지에 이른 이어령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어령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문학평론가, 언론인, 대학교수, 문학박사, 시인, 소설가, 전 문화부 장관 등 다양한 수식어만큼이나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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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분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얼마 전 그의 시 '정말 그럴 때가'를 읽은 것이 처음이었다. 그 시를 통해 이어령이라는 시인을 나는 만났었고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운좋게 이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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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8세. 육신은 오래 쓴 탓에 노쇠하고 병들어 연약해졌지만 그의 언어는 말과 글이 되어 오히려 더, 밤의 쿠데타 첫눈처럼 눈부시게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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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음 앞에서 들려준 말들에는 많은 것들을 아우르며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테마는 '죽음'이지만 삶과도 이어지는 이야기들. 소소한 이야기부터 큰 이야기까지 한 페이지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글들이다. 종교, 철학, 과학, 문학, 그리고 삶, 죽음, 사랑, 용서, 꿈 등 여러 학문과 그의 날카로운 지혜들이 버무려져 다양한 색깔들로 아름답게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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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페이지에서는 문장 한 줄에 넋을 놓기도 했고 어느 페이지에서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리기도 했고, 어느 페이지에서는 놀라움으로 하늘멍을 하기도 했고 또 어느 페이지에서는 나의 부끄러움을 읽어내기도 했다. 한순간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어서 제법 오래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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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여백에는 나의 감탄사들이 여기저기 덕지덕지 흔적을 남겼다. 

사람은 왔던 곳으로 돌아갈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방대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나는 그의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더 가슴을 울렸다. 눈물 한 방울 이야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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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난 시간들이 즐거웠다. 생각날 때마다 다시 책장을 열 것이다. 누구라도 이 책은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스승의 가르침이 한 땀 한 땀 녹아있는 책이다.

'메멘토 모리'




"재미있지. 배꼽을 만져보게. 몸의 중심에 있어. 그런데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지. 지금은 막혀 있지만 과거엔 뚫려 있었지 않나. 타인의 몸과 내가 하나였다는 것,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같은 튜브를 타고 있었다는 것. 배꼽은 그 진실의 흔적이라네." 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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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쿠데타가 밤에 일어나잖아. 자고 일어났더니 탱크가 한강을 넘어 세상이 싹 달라진 거야. 밤에 내린 첫눈이 그래. 쿠데타야. 오래 권력을 누리지 않고 바로 사라지는 쿠데타. 오래 있어 봐. 눈 녹으면 지옥이지. 곧 사라지니까 그만큼 좋은 거야. 아름다운 쿠데타."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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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핀 장미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대낮이지. 장미 밭 한복판에 죽음이 있어. 세계의 한복판에. 생의 가장 화려한 한가운데.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야. 고향이지." p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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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머무르지 않는 진짜 이유가......"

 "갈증이 사라질까 두려워서야. 내겐 갈증이 필요하다네. 나는 그것을 두레박 같은 갈증이라고 불러. 두레박은 물을 푸면 비워야 해. 그래서 영원히 물을 풀 수 있어. 독은 차면 그만이잖나. 채우는 게 목적이니까. 반면 두레박은 물의 갈증을 만들지." p 187

 

 


"촛불은 끝없이 위로 불타오르고, 파도는 솟았다가도 끝없이 하락하지. 하나는 올라가려고 하고 하나는 침잠하려고 한다네. 인간은 우주선을 만들어서 높이 오르려고도 하고, 심해의 바닥으로 내려가려고도 하지. 그러나 살아서는 그곳에 닿을 수 없네. 촛불과 파도 앞에 서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 p 292

 

 

 

"......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야.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지요......

또 하나. 살아있는 것은 공평하게 다 죽잖아." p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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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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