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2. 2년 전 이맘때를 떠올린다. 그날의 날씨가 돌아오면 그날이 같이 오는 법.
p.95. 어제의 쌀쌀함도 내일의 쌀쌀함도 아니고 딱 오늘 정도의 쌀쌀한 온도와 바람. 나만 알 수 있는 똑같은 날씨를 만나면 나는 잠시 그 어느 날로 돌아간다.
이 책은 가을을 연상시키며 정서적, 서정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금 이 시기에 딱 읽으면 좋은 책이다. 이 앞전에 읽었던 '수면 아래_문학동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주란 작가의 색깔이 확실히 잘 표현되어 있고 일상 생활의 이야기인데도 주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선을 보호해준다. '지켜봐준다'라는 표현에 사랑이 담기기도 배려가 있기도 상대방이 행복까지는 아니지만 안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기도 하는 그러한 느낌을 독자에게도 알려준다. 표지 또한 등장인물과 독자들의 마음 속을 상상한 그림이 아닐까 싶다.
-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유리(나)와 같이 사는 언니를 중심으로 그려진 이야기이다. 유리와 언니는 서로 잘 맞는 사람이다. 유리는 언니가 하는 생각을 지켜보고 그 선을 넘지 않는 그러한 배려를 보여주고 언니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느낌들을 정리해 나간다. 유리가 일하는 카페의 단골 손님인 재한(별거중(?), 유부남)이 유리, 언니와 함께 보내는 작은 사건들을 그리고 있고 서로의 행동과 말을 통해 서로에게 온기를 채워주고 있다. 멀리있지만 항상 나누는 언니의 친구(맥시컬리스트)를 통해서 세상은 서로가 이어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따스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이야기.
p.107. 서른여섯이에요.
젊어 좋겠다. 뭐든 할 수 있겠어.
근데 현실은......
그렇긴 한데 왜? 괜찮아요. 그냥 해요.
p.80. 언니는 자신이 너무 변한 것 같아 예전의 자신을 떠올려보고 싶다며 오늘은 오래된 일기장들을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p.24. 네! 아무튼 대단히 엄청나게 독특한 것만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취향은 그냥 취향이죠. (....) 너의 모든 것도 너 같아. 걱정마. 유리 최고!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 않지만 그 안에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사람 사는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어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문장이다. 소소한 사건이지만 인물들 사이를 이어 주고 있고 그 시간을 되돌아 봤을때 한 가지의 사건처럼 느껴져 많은 느낌과 기분, 생각을 담고 있다. 각자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마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감성일지도 모른다. 개인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의 온기가 궁금하거나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추천한다. 아주 매력적이다.
*현대문학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