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 모든 싸움은 사랑 이야기다
정은혜 지음 / 샨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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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사가 쓴 싸움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궁금했던 책.

"싸움을 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화살을 들이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대가 스스로를 바라보도록 거울을 내미는 것이다.
싸움은 자기 내면에 있는 미해결 과제와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게 하고,
서로의 가장 여린 부분을 보듬을 기회를 주기도 한다.
모든 싸움은 사랑 이야기다."

'싸움의 기술'이라는 제목을 마주하고보니,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친구와 싸우지말고 잘 지내란 말만 들었지,
잘 싸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뒤에 숨기도록 교육받기 때문에,
싸움이 불러오는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세세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싸움이 가져다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싸움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계의 성장'과 '자기 이해'라는 것.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내 안의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내면 아이'를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
그렇게 건드려진 나의 '급소'를 통해, 아픈 지점을 발견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싸움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로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책 내용 중, 싸움의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 속에 숨은 의미들이 더 많이 와닿았던 거 같다.

"싸움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안전하고 싶은,
우리 안에 있는 깊은 욕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싸움은 자기 내면에 있는 미해결 과제와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게 하기 때문에,
서로의 가장 여린 부분을 보듬을 기회를 주기도 한다."

결국 싸움의 고수가 되는 방법은,
나를 새롭게 이해하고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책 마무리 부분에서 작가님은 이 책을 쓰는 내내 마음이 괴로웠다고 한다. 그동안 싸운 모든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떠올랐기 때문에.
스스로 싸우지 않는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싸워왔는지 깨달았다고.
그리고 자신과 싸워준 친구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고.

어쩌면 나도 그랬는지 모른다. 싸움이라고 해서 꼭 마주보고 언쟁하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덜 성숙했던, 나에 대해 잘 몰랐던 그 시절에.
자존심 때문에, 또는 자기보호를 위해, 상처받지 않고 꽁꽁 숨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싸움을 해왔던 것 같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게 추억이고, 감사였고, 나를 성장하게 해 준 계기였다.
나도 작가님처럼, 그 동안 나와 싸워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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