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피의 대결이었다. 양쪽의 신학자와 이론가들의 배후에는 제각기 독자적인 정치집단과 군사조직을 가진 당파가 결성되어 있어서,
이들 당파가 교회 자체의 권위를 대신해버렸다. 그것이 교회가 아니라당파가 되어버리면, 종교전쟁은 종교의 탈을 쓴 당쟁이 된다. 그래서줄타기 같은 동맹을 맺거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제휴가 되풀이된다.
게다가 왕권은 그 중간에 끼여 갈팡질팡하면서, 개입과 철수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던 앙리2세의 아내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모습을 조명해보면, 이 피렌체 태생의 여성은 그녀에 대한 세간의 평판을 초월하여 어떤 감동마저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