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험 인물이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고, 제대로 사귈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도 사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고,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 역시 나와 비슷한 부적응자였다.
책도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는 절대 읽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대학에 들어간 무렵을 전후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가 유행했지만 나는 그 작품을 읽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주인공을 통해 모두가 동경할 만한 고독이 표현되고 있지만, 그것은 내면의 큰 고민 없이 겉보기에만 그렇게 보이는 외적인 고독일뿐 내가 경험한 내면적인 고독과는 느낌이 달랐다.
서른이 넘어 고독을 극복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생각으로 그 책을 읽었을 때는, 작품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추억이 깊이 사무쳤다. 대학 시절, 지독했던 고독의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라면 틀림없이 경멸했을 시답잖은 자존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식으로 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고독 속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모든 것에 한을 품었다. 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사람에게도 상황에도 적개심을 품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아 열 배, 스무 배로 복수해주겠어.‘
그 시절을 지나면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느끼는 고독감을엄청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친구와 함께하는 것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육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생활의 지혜가 된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학급에서 어떤 그룹에는속하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된다. 따돌림 당할까 봐 혼자 있는 게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면 혼자 있을 때 마음이불안정해져서 점점 혼자 있는 상황을 피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누구와도 그룹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단독자로서의 자질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는 4인 그룹을 만들어 서로 발표하고 우수한 사람을 뽑아 한 명씩 제외시켜가는수업도 한다. 이때 서로 아는 관계라면 공정하게 제외될 사람을지목할 수 없고, 아는사람이 여럿이라면 한 명만 제외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모두가 단독자라면 어설픈 배려는 필요 없다.
아무튼 모두 자신을 너무 소중히 여긴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진짜 자신의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스스로도 그것을 느낄터이고, 상대 또한 그것을 알기에 깊이 사귀려 하지 않는다.
비교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지만, 대신 자기 긍정의힘은 약해진다. 때론 그런 비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게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나를 보호하기위해 ‘지금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잘못되지 않았다‘고 등을 토닥이며 함께 싸워줄 든든한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가장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세상에 자기편이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에도 ‘나만은 내편‘이라는생각을 잃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나 자신을 긍정하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이러한 자기 긍정의 힘과 나만은 내편이라는 생각이 어우러지면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물론 나는 자기 객관화를 아주 중요하게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객관화와 자기 긍정 중에서 자신을 움직이는 진정한 원동력은 자기 긍정의 힘이다. 외로울 때 사람은 자신감을 잃기 쉽다. 그런 중에도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자기긍정의 힘밖에 없다. 그 절정에 있는 것이 ‘자기 절대화‘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복장이나 행동을기증 등이 그 예다)된 인간‘은 타인이나 현실 세계에 관여하지만자아와 육체가 일체감을 상실하고 자아가 ‘진짜 자아내게와 ‘가짜 자아(외적 자아)‘로 분열된 사람은 현실감과 신체 감자를잃어 자신의 체험을 현실적인 것으로 지각할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신체화되지 않은, 즉 현실 세계와의 사이에 균열이 생긴 사람은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분열된 자아와 현실 세계는 점점 멀어진다. 이렇게 자아와 세상이 분리된 상태는 매우 위험하다. 바꾸어 말하면 자아와 신체가 밀접하게 연합하여 외부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면 혼자 있어도 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는다. 즉, 고독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신체와의 일체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몸과 정신의 상태가 일치가 되어야 한다.
이 점을 잘 기억해야 한다. 몸의 상태가 안정되면 곁에 누가없어도 정신적으로 안정된다. 혼자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당차진다. 몸은 기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에 민감하면 기분을 파악하여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싶다면 먼저 의식이 몸을 향하도록 한다.
자신의 몸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혼자가 되었을 때 외로움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소홀하고 주변에만 신경쓴 결과다.
한때 빠져 있던 노구치 미치조 교수의 ‘노구치 체조‘는 지구의 중심, 즉 중력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자신의 몸의 무게를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노구치는 중력과 싸우지 말고 중력을 자기편으로 여겨야 보다 유연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안정이란 몸의 중심축이 중력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화병이 쓰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서 있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똑바로 있기 때문이다. 몸도이러한 상태가 된다면 마음까지 차분해진다. 좌선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힘을 빼고 몸의 무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면 안정감이 생긴다. 피어리에 대한 의
독일의 철학자 후설이 말한 "의식은 항상 무언가에 대한 의식이다"라는 지향성,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가 강조한 ‘의식의 흐름‘ 등을 봐도 의식은 항상 향할 방향을 찾는다. 의식이 흘러가는 곳에는 항상 자아와 몸이 함께 있어야 함을 깨닫기바란다.
특훈이란 바닥에 앉아 몸을 앞으로 뻗는 것이다. 몸을 숙일때 숨을 깊이 내쉬면 수 센티미터씩 유연성이 늘어난다. 특품의성과로 몸의 균형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몸을 다루는 원리를 발견하면 그것만으로 처진 기분을 회복할수 있다.
또 한가지 내가 기분을 회복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욕실에서 허밍을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느끼지만 이때만큼은 혼자인 게 편안하고 즐겁다. 목욕을 하면서 허밍을 하는 시간은 오히려 혼자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몸을 울려보자. 그 진동은 더없이 편안하다. 허밍뿐 아니라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예전부터 있었던,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발성에는 시 낭송이나 노래, 염불 등도 포함되는데, 예전에는 마을 여기저기서 시나 노래를 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휴대용 플레이어로 어디서든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드는 것도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분 좋게 하나로 만드는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헤드폰을 쓰고 타인이 만든 음악으로 뇌와 몸을 마비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에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병사가 "전차안에서는 귀가 터질 듯한 록음악을 틀었다"고 증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랩 리듬을 타고 "죽여버려, 불태워버려"와 같은 파격적인 가사가 조종실에 울려 퍼진다. "자극이 강렬한 음악에 몸을 맡기다 보면 정말로 뭐든 해버릴 것 같은기분이 든다"고 병사는 말했다.
물론 음악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 뇌의 전두엽에는 혈류가 거의 흐르지 않는다. 따라서 오랜 시간 뇌에 부담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뇌에서는 ‘슬럼화‘가 진행된다.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하는 사람의 뇌는 듣기만 하는 뇌와 전혀 다르다. 전두엽이 풀가동되어 엄청난 혈류가 흐른다. 뮤지션중에는 연주뿐 아니라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드는 전천후 재능을지닌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전두엽에는 엄청난 혈류가흐르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10년의 혼자있는시간이었다
함께 있다고 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