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1908~?)은 모더니즘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보이지만, 특히 이론적으로 관심을 두고 파고든 분야는 이미지름과 주지주의다. 더러 그는 이 두 개념을 구별하지 않고 혼용하기도 한다. 

김기림은 1935년 <조선일보>에 투고한 「오전의 시론」과 《신동아》에 게재한 ‘포에지와 모더니티」, 「시작에 있어서의 주지주의적 태도 등을 통해 기술 과학문명의 현저한 발달 속에서도 여전히 감상적 낭만시나 읊조리는 센티멘탈리즘은 물론, 정치·사상성에 편중된 내용주의를 모두 비판한다. 그는 현대문명의 발달에 따라 문학도 새로운 양식 실험으로 변혁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때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주지주의다. 

김기림은 "실로 말해질 수 있는 모든 사상과논의의 의견이 거의 선인들에 의하여 말해졌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가능한 최대의 일은 선인이 말한 내용을 다만 다른 방법으로 논설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방법으로 지성을 강조하고 표현 면에서 형식이나 언어의 기교를 중시하는 모더니즘 이론을 펼친다.

구인회가 추구하는 방향과 수법은 회원가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해 "주지주의, 이미지금, 초현실주의 심리주의, 신감각과등 잡다한 경향을 포괄한다. 구인회는 이런 여러 경향에 그치지 않고 때로 전통적 소재와 모더니즘 기법을 접목시켜 갖가지 형태의 문학적 스펙트럼을 펼치며 모더니즘 문학의 경계를 한껏 넓히는 한편, 어찌 보면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기도한다.

 1936년에 들어 김기림은 자신의 이론을 검증이라도 하려는듯 장시집 기상도를 펴낸다. 「기상도」는 파시즘의 확산과 함께 드리운 불길한 그림자 속에서 짚어낸 현대 문명의 징후를 태풍 전의 일기 예보에 빗대어 풀어놓은 작품이다. 장시 기상도」에서 김기림은 서로 다른 사물들의 이미지를 충돌시켜 사전적 언어와 다르게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감각과 기교로 과연 모더니즘의가수다운 면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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