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성립되어온 법의 무엇이 편집적이라는 건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법의 역사가 관습과 권리 편집의 역사라는 것은 대충 알 수 있어도 그 법률의 내용이 어떻게 편집적인지는 알기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법이란 어쩔 수 없이 결정적인 조항으로채워져 있어 어떤 부분이 편집적인지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법과 관계된 일에 얽혀보면 그것이 얼마나용의주도하게 편집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이 법적인 경계선인지 분명히 하려면, 또 그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려면 금지 조항이 단순한 규정이어서는 충분하지않다. 또한 금지 조항을 깨트리려는 의지가 발동했는지 아닌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편집 규칙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특정한 구실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바로 재판장과 심판 같은 사람이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 스포츠에서는심판,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다. 최근에는 선생님들이 재판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데 말이다.

결국 ‘거짓말의 효용‘은 ‘법에서 의제를 활용한다‘라는 말이된다. 저자는 법은 의제를 활용할 때마다 조금씩 편집 · 진화해왔다고 했다. 거짓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법이란 것도 의외로 부드럽다. 하지만 딱딱한 부분도 있다.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법의 이러한 양면성을 편집술에 적용해보면 두 가지 편집을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제정된 법을 어떻게 법률로 명문화하는지에 대한 편집이다. 이것을 편집공학에서는 컴파일compile‘이라고 한다. ‘코디파이codify" 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어의 편찬에 해당하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편찬된 법의 조문에 준거해 그것을 현실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나 사건, 동향에 맞춰 해석하는 일로서 편집이다.
여기에는 재판관의 일부터 변호사의 일까지, 학자의 일부터 저널리스트의 일까지가 모두 포함된다. 편집공학에서 ‘에디트edic‘에해당한다.

이 책에서 내가 적극적으로 편집술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것은
‘에디트‘이다. 이것은 ‘편찬‘에 대응하여 ‘편집‘ 이라고 한다.
물론 양쪽 다 편집술이 필요하지만 컴파일은 더 기초적인 방법이고, 에디트는 더 창발적이고 관계 창조적인 방법이다.

움직이지 않는 지식과 멈춰 있는 사상은 정보가 아니다. 그런 정로는 죽은 정보다. 지식과 사상을 움직이게 할 때, 거기에 편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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