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편집은 종종 대단한 것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요즘은 컴퓨터의 발달로 대규모로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어떤 사람이든지 인터넷으로 세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편집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정보는 얻었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양에 당황하고 만다. 그래서 ‘무슨 무슨 정리법 같은 책을 사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의 처리나 편집에는 정리법보다 사실은 ‘정보의 생김새‘가 힌트가 되는 일이 많다.
편집에는 ‘딱딱한 편집‘과 ‘부드러운 편집‘이 있다. ‘딱딱한 편집‘은 하드웨어 타입 편집으로 인쇄나 VTR, 컴퓨터의 기능과 속성을 활용한 편집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슬로모션을 사용한 영상 편집은 카메라나 재생 장치의 기술과 기능에 근거해서 만들 수 있다.
반면 ‘부드러운 편집‘은 소프트웨어 타입 편집으로 인간의 감각이나 지각, 말이나 몸짓, 행동으로 무엇을 이해하거나 전하는 것을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미디어에서 하는 편집 행위를 말한다.
좀 더 간단히 말하면 ‘딱딱한 편집‘은 기계적인 것으로 디지털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부드러운 편집‘은 아날로그적인 것으로 사람답다. 사실 이 두 가지를 디지털형과 아날로그형으로 분명하게 나눠버리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그렇다는 것이다. 대충의 뉘앙스는 이해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정보의 바탕과 형태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이것은 현재 하드웨어 타입 디지털형의 기능으로는 불가능한경우가 많다. 이것은 사람의 눈과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생활 속의 예를 들자면 아이 키우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우선 육아의 기본에 해당하는 ‘바탕 정보‘가 필요하다. 이 ‘바탕 정보‘는 산모가 출산 전부터 공부해서 머릿속에넣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기의다양한 ‘몸짓‘에서 ‘정보‘를 읽어내야 아이를 키운다고 할 수 있다.
갓난아기의 몸짓은 매우 미묘해서 읽어내기 어렵지만 그 속에숨어 있는 특징을 발견하지 못하면 엄마로선 자격 미달이다. 이것이 ‘형태 정보‘ 이다. 엄마는 아기를 키우면서 이러한 ‘형태 정보‘를 읽어낸다.
이렇게 ‘몸짓‘이나 ‘버릇‘에도 나름대로 편집의 동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나는 바로 이것을 ‘정보의 생김새‘라고 한다.
편집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정보에 서로 영향을 주면서 내용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것, 이것이 편집의 핵심이며 편집의 세 번째 입구다.
이렇게 ‘말하기‘, ‘대화하기‘의 흐름에는 제법 고차원적인 편집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이자신들이 속한 문화와 문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정보의 생김새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호 공명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그저 왜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온 것인지, 거기에는 어떤 방법이 움직이고 있는지, 그것은 어떤 편집 방법인지를깨닫지 못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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