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란, 방법은 항상 마루 밑에 숨어 있고 대개는 주제나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는 법이다. 나는 주제나 논점보다는 주제를 지탱하는 방법과 논점이 보여지는 모습에 줄곧 관심을 쏟아왔다. 많은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는 마이너리티였다.
그것은 방법이라는 것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방법의 차이 같은 건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 부분부터 독자가 적극적으로 사고하기를 바란다. 21세기는 방법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쓰면 꼭 결론 같은데,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새로운 사실과 사태, 현상을 따로따로 떼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사이에 숨어 있는 관계를 발견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신중하게 연결해보는 것에 있다.
이런 식으로 사물이나 사건을 보는 것을 편집공학에서는 ‘관계의 발견‘ 혹은 ‘새로운 대각선의 발견‘이라고 한다. 나는 바로 이런방법이야말로 앞으로 인간의 인지나 인식의 짜임에서도, 산업계나교육계에서도, 또 자신의 창발적인 능력을 개척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책에서 ‘방법이야말로 세상의 알맹이 그 자체 라는 걸 전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놀이에서 흥미진진한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것은 어른의 놀이가 아니라 어린이의 놀이다. 어른의 놀이는 전쟁이나 불륜, 도박으로 상징되듯 이미 놀이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린이의 놀이가 흥미진진한 것은 그것이 어른의 놀이에 비해 어린이답고 순진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린이의 놀이에 어른의 놀이가 원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린이의 놀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흡사하다. 규칙도 아주 비슷하며 벌칙을 주는 방법도 닮았다. 술래를 정하는 방법, 술래가 돌아가는 방법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편을 짜는 방법, 놀이의 복잡한 정도도 공통되는 점이 많다. 다른 점이라곤 지역에 따라 이름이나 부르는 방법이 다른 정도이다. 이름 붙이는 방법에는 그 지역의 문화 특질이 여실히 반영되기 때문에 아시아와 유럽은 비슷한 놀이라도 부르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하지만그 밖의 것들은 매우 비슷하다.
이런 식으로 세상의 놀이를 여러 방면에서 관찰해보면 놀이가암시하는 여러 가지 짜임을 찾아낼 수 있다. 분명히 어린이의 놀이에는 어린이가 잘 알 수 있을 만한 정보량의 정도나 편집도의 상태라고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의놀이를 분류하고 거기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정보의 정도를 정리해 놀이의 편집 정도를 조사해보았다. 이것저것 검토해보니 어린이의 놀이에 몇 가지 기본형이 보이기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편집술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놀이는 해방인 것 같으면서도 속박이고, 속박인 것 같으면서도해방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 두 가지가 없다면 놀이가 될 수 없다.
그리고 혼자 노는 놀이와 둘이 노는 놀이와 여럿이 노는 놀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둘이나 여럿이 해서 재밌었던 놀이를 나중에 혼자 재연할때, 아이는 그 차이를 의식하면서 ‘일인 다역‘ 이라는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역할의 내재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밌었던놀이를 혼자서 재연하기 위해서는 체험의 ‘정보화 작업이 필요하게 된다. 재밌었던 기억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몸으로 체험한 놀이가 머릿속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정보화다.
그런 다음 정보화된 체험을 혼자서 하는 놀이로 연출한다. 여기에는 간략한 시나리오와 무대 설정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여럿이 놀았던 체험을 혼자 하는 놀이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궁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편집화‘이다. 편집술은 이렇게 놀이나 게임처럼 발단과 결말이 있는 정보의 흐름을 몇 개의 장면으로나누고 새로 짜는 것에서 시작한다. 먼저 ‘정보화‘하고 다음에 편집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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