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을 위한 것이라면 광적인 범죄행위도 용인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맙다백성수의 운명을 안타까워하는 K의 예술관은 바로 작가 김동인의 예술관에서 발현된 것이다. 김동인의 이러한 가치관을 역으로 거슬러 오르면 꼭대기에는 이광수가 자리 잡고 있다. 

 즉, 김동인의 온 생애에 걸친 문학적 지표는 도덕성에 입각한 이광수의 교화주의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자의 슬픔」, 「마음이 옅은 자여」, 「배따라기」 등에서 보인 낭만적 예술 지향성,
감자에 나타난 비윤리성, 그리고 광염소나타」, 「광화사」 등의 탐미주의 경향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예술의 본질 자체를 파헤치기보다 지나치게 이광수 문학과 대립관계를 드러내는 쪽으로 치우친 나머지 일쑤 현실성을 잃고 팬다. 말하자면 김동인 또한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또 이광수가 신문에 연재한 역사소설에 대해 비난하던 그자신도 생활고는 어쩔 수 없었는지, 1931년 대원군의 삶을 그린 젊은 그들」등을기점으로 역사물, 야담류 같은 흥미 위주의 소설을 써낸다. 이로 말미암아 김동인은 역사의식이 없는 감상적이고 권선징악적 우국지사의 사관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김동인은 예술은 개인 전체 라는 식으로 예술 지상주의에 젖어서 뛰어난 문학가는수행할 수 있을인생을 손바닥 위의 인형처럼 조종하여 일종의 신인합일는 우월한 존재로 인식한다. 

더구나 그는 자신이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몇안되는 작가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다. 물론 이와 같은 예술가 우월주의는 섣부른 선민의식의 발로에 지나지 않겠지만, 예술가로서 그의 개인적 자부심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창조>를 비롯하여 《영대> 등 당대의 정전은 이루더 무예지에서 늘 주역으로 활동한다. 

일생에 걸쳐 장편 15편 이상과 단편 75편 이상을 발표할 뿐 아니라, 각 작품 속에서 낭만주의 · 자연주의 · 탐미주의 · 사실주의 같은 다양한 경향을 시도한 것도 남다르다. 

 당시 아직 이광수의 무정이 선보인 ‘~이다 체에 머물던 초기의 시제에서 훌쩍 뛰어넘어 과거 시제인였다‘ 체의 도입으로 혁신을 꾀한 작가 또한 김동인이다.

이 밖에 삼인칭 서술자의 시점을 사용한 객관성 확립, 간결하고 명확한 문체, 과감한 생략을 통한 박진감있는 사건 진행, 입체적인 성격의 인물 창조, 구성의 치밀함 등 한 차원 높은 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김동인이 우리 현대 문학사에 남긴 큰 공적임이 틀림없다.

아울러 이 작품은 식민지 사회에서 한인간의 삶과 도덕이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치밀한 구성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리얼리즘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난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에 일기 시작한 신경향 소설의 영향을 받은 듯 보이지만, 작가는 같은소재를 가지고서도 도식적이고 딱딱한 경향 소설류와 달리 작품 속에서 변화와 재미를 연출한다. 여러 측면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인 단편 소설 「감자」는 김동인의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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