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정점에 이른 경험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그 전에 천천히 진행되는 다른 경험에 신경을 쓰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별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의 잔잔한 감정을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보면, 격렬한 순간만을 기억하려고 하는 평소의 습관을 완전히 초월한 자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소설에서 잃어버린 시간은 중의적인 의미를 띤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시간을 의미함과 동시에 우리가 별 볼일 없다고 단정지은 것들. 하지만 알고 보면 삶의 본질적인 것들을 잃어버리고 만 상실의 시간을 뜻하는 것이다.
인간은 안심이 되는 환경이든 절망적인 환경이든 적응하는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어느 인간집단이든 행복과 불행 지수의 비율이 비슷한 양상을 띤다.
행복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 시대마다 비슷하지만 그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행복과 행복을 느끼는 연령대다.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면 당신은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U자 곡선을 그린다. 먼저, 유년층과 노년층이 중간층보다 행복을 데많이 느낀다.
결혼하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를 습득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이혼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내는 것은 진정한 만남, 짝을 찾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남녀가 만나 관계를 맺고 결혼에이르기까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한다. 이때 개인은 최상의 짝을 만나기 위해 경쟁한다.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행복을 가로막는 이혼이 제로섬에 해당되는 게임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배우자에게 버림을 받은 사람은 행복을얻기 위한 전쟁에서 진 패배자이기 때문이다. 즉 결혼과 행복은 승리자와 패배자가 확실하게 갈리는 게임이다. 이렇게 경쟁 사회에서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참고 인내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 더 이상경쟁이 지니는 미덕이 미덕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권력의 지렛대를 가지고 있는 왕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는 자유롭게 선과 악을 선택하며 일에 전력을다하는 시간, 늦잠을 자는 시간을 스스로 결정한다. 과연 그럴까? 호모 이코노미쿠스도 엄연히 인간인지라 정해진 공증 문서처럼 감정이 불변한 상태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 또한 여러 유형의 인격을 가진 존재이며 서로 다른 특징들이 조화를 이룬다. 여러분이 사업상 매우 중요한 약속 때문에 길을 가다가 물에 빠져 익사하기 직전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일이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 어쩔 수 없이 감정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가 만약 다이어트를 결심한다면 제과점 앞을 지나가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 저축을 결심한다면 지출을줄이고자 현금화시킬 수 없는 금고에 상당한 돈을 넣었을 것이다. 현재 상태로 계속 가면 미래의 내 모습이 어떨지 그려진다. 그런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 싸워야 한다. 내 안에 살고 있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열심히 노력 중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실효성을최대한 높이려고 애쓰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실효성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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