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와 부양의무자의소득과 재산, 근로능력 규정에 위배된 것이 없으면(사실 이 자격 요건들에도 따져볼 문제가 많지만 어떻든) 기초생활수급권에어떤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2014년 해외에 나가지 않은 3분의 2의 사람들을 분노케 해서 기초생활수급권 제도를공격하고 더 나아가 복지제도 일반을 공격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자감세를 통한 세수부족을 복지축소에서 얻으려는 생각, 가난한 자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나쁜 심보가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닐까.

기초생활수급권이란 말 그대로 ‘권리‘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만든 ‘사회적 권리‘다. 그가 그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준 돈을 밥 먹는 데만 쓰든, 책을 사보든, 여행을 하든, 자기의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규정할지는 그 권리자가 정할 문제라는말이다. 밥 먹지 않는 곳에 쓰면 ‘어, 먹고살 만한가 보지?‘라고 보는 것이야말로 ‘먹는 동물‘로서만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태도일 것이다.

자본가에게는 채무가 곧바로 가난을 의미하지 않는다. 몇 백 퍼센트의 채무를 지고도 기업을 굴리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돈을 빌리는 것도 그런 사람들에게는 능력으로통한다. 그러나 서민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채무가 많다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은 동어반복에 가까운 진실이다.

예전에 ‘가난이 죄냐‘고 항변하는 말이 있었는데, 가난해서 국가로부터 복지수당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분위기로는반쯤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일종의 ‘보호관찰 대상자럼 생활규범을 통제받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주제에 ‘감히‘ 해외여행을한 해에 두 번씩이나 다녀온 사람들을 존경한다. 한편으로그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존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권리를 사회적 채무로 바꾸려는 권력자들의 음흉한 음모에굴하지 않는 그 정신을 존경한다. 도덕이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맞아야 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이 아니라, 자기들의 탐욕은 멈추지 않으면서도, 감히 주제넘게 두 번이나 해외여행을 했다고 가난한 사람들 목줄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과 그들의 정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철학자 니체는 선행을 통해 상대방을 소유하려는 자들의 책략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선행을 베풀고 헌신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선행과헌신으로 상대방에 대한 소유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자선가, 박애주의자, 헌신하는 자가 느끼는 배신감에는 큰 무례함이 들어 있다. 그는 미장센을 망친 상대방에 분노했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방을 미장센의 소품으로취급했기 때문이다. 마치 상대방의 품행에 대한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는 듯 말이다. 말하자면 그는 상대방을 사물, 인형,
소유물로 다룬 것이다.

신성모독처럼 들리는 말도 있었다. 국내 최대 기독교교단 총회 결정이다. 이 총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노력해온 목사에 대해 ‘동성애 지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섰다며 성경에 위배되는 이단성을 지녔다고 결의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돌보는 것이 신에 대한 불경인지 신적인 사랑의 실천인지 나로서는 고개가 갸웃할 뿐이다.

소크라테스도, 김순석 열사도 우리에게 무언가를 일깨운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하지만 일깨우는 자로서 소크라테스는 교육자에 가깝습니다. 그는 우리로 하여금 삶을 이해하게 합니다. 그런데 일깨우는 자로서 김순석은 우리를 못견디게 합니다. 그는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듭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없습니다. 김순석은 우리 존재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 짧은 말에서 우리는 또한 디오게네스가 장애인에 대해 통념과는 다른 시각을 지녔음도 알 수 있다. 그는 ‘장애‘를 신체적인 ‘손상‘과 동일시하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를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들리지 않는 귀‘나 ‘보이지 않는 눈‘이 아니라 ‘배낭‘이라고 했다. 왜 배낭이 문제인가. 배낭은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는 철학자의 진리는 ‘진실한 삶‘을 통해서만 드러난다고 했다. 배낭은 그런 ‘진실한 삶‘
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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