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로스토는 근대화가 인간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인정받는 가치만을 고수하는 대신 근대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망각해버릴 위험을 늘 안게 된다. 23) 분명근대적 기술은 상품과 시장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오래된 지식들을 멀어지게 만든다. 이와 유사하게, 축적의 결과로 국가의 부는 증가하지만 불평등도 증가하고, 산업화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창조적으로 일하며 사회적 인정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소비자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차를 선택할 ‘자유‘를 누리는 반면 매연 때문에 길을 걷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이상화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진보의 획득‘ 역시 많은 손실을 요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라진 것들은 너무 쉽게 쓸모없는 존재로 치부돼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