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리는 여태껏 대수롭지 않던 그 상호를 새삼 기이해하며 그 정육점으로 들어선다. 언제부터인가 어둑하고 스산해진 가게를 건듯 뒤지니 그토록 그득차 있던 진열대와 창고는 텅 비고 먼지만 수북하다.
그러자 어인 일인가? 엊그제까지도 그 많던 고기붙이 중 부드러운 데로만 끌고 썰던 갈고리와 칼, 그놈의 것들이 갑작스레 정착사회적 제도와
‘규범‘이라는 으스스한 흉기로 바뀌더니 차갑게 노려보며 기분을 싹 잡친다. 허기져 되레 맑아진 눈으로 침착히 살펴보니 미덥기 그지없던 저울마저만다린mandarin들이 쳐 놓은 ‘법도‘ 라는 섬쩍지근한 덫이 아닌가? 매운 연기 냉각에 잠시 숨을 멈추자니, 가까이 멀리 수군대는 음험의 귀엣말, 앞뒤로는 스윽 칼 뽑는 소리 목덜미를 차갑게 기는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