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과 행동, 발화와 논증의 시의적절함은 근대 이전의 철학에서는 중요한 주제였다. 16세기의 학자들에게 <합리적 작업>의 모델은과학이 아니라 법학이었다. 법학은 <실천적 합리성>과 <시의적절함>사이의 고리를 밝혀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지역적 다양성의 의미를부각시켜 주는 것이요, 특수한 적절함과 구두 추론의 수사학적 위력을 부각시켜 주는 것이기도 했다. 반면에 보편적 자연철학을 향한계획은 인문주의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갔다. 100년 쯤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데카르트와 그의 계승자들에게 시간의 문제는 철학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신에 그들은 변화무쌍한 자연현상들의 근저에 놓여있는 영속적 구조들을 구명하는 목표를 추구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