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적 전통이 글로 기록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고 관습이성문법으로 고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진술에는 사유와 기억이 함께 얽혀 있었다. 뭔가를 진술할 때 생각과 말을 구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목소리는 저장할 수 없고 흔적도 근거도 남기지 않는다. 그 대신 엄격한 구성법이 있어서, 리라 현의 박자에 강약을 맞춘 육보격(格)의 리듬을 따라야 했다. 의식 역시 문자에 비유되기 전부터 보물을 가득 담은강으로 생각되었다. 모든 발화는 발언자가 강물에서 낡은 한조각 표류목이자 피안으로부터 건너와 그의 마음의 해변에 빼맛취 밀려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