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들은 중심이 주어지면 언제나 그 둘레를 돌 수 있다. 순한 운동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설득력 있는 은유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원 둘레의 각 지점에 대해 ‘동시에 똑같은 위치를 차하고 있는 중심부의 존재는 신, 영혼, 영원을 상징하는 의미로해석되었다. 많은 학자들이 시간 역시 순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사조는 불에 의한 부활을 상징했고, 플라톤은 홍수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갱생이 주기적으로 일어난다고 기술했다. 영혼은 태어나거나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은아직 우리가 ‘순환‘이라 부르는 것에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액체의 ‘순환‘은 하비 이전에는 그저 ‘증발‘이라 부르는 현상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즉 포도주에서 주정(酒精)을 증류하는 것처럼,
또는 혈액이 좌뇌에서 우뇌로 격막을 통과하면서 지금은 통과할수 없다고 보지만)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물‘에서 ‘정기(spirit)가 분리되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물질이 끝없이 자신의 원천으로 되돌아 흐른다는 관념은 물에 대한 기존의시각, 즉 그 질료가 실체변화(transubstantiation)를 일으킨다는 시각에 중대한 혁신을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