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추리소설의 흥미로운 전개가 우리를 기만하지 않으면서도존재에 관한 비밀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그것은 소설의 끝이 우리에게 이미 만들어진 의미로서의 진리를 선사하는 것이 아닐 때이다. 그것은 소설을 지배하는 한 시대의 고정관념 (타자)의 목소리가 균열을 일으키며 주인공을 미리 준비된 결말로 이끌고 가는 데 실패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삶을 사는 데 있어서 뻔한 미래라는 인생의 이미지보다 더 굴욕적인 것은 그러한 뻔함이 우리 자신의 주체성과 맞바꾼 대가로서의 한 줌의 쾌락이라는 사실에 있다. 누군들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이 되고 싶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