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군사 이론가들이 인정하는 두 가지 상반된 ‘무기의 원리‘가 모두파산하고 만 것이다. 궁수들이 시도한 발사체missile 원리가 기병대를 저지하거나 몰아내는 데 실패했고, ‘충격‘의 원리를 구현했던 기병대 역시 보병부대를 분쇄하는 데 실패했다.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 그들이 도주하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 기병대가 가하고자 하는 ‘충격‘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신적인 것이다. 사태를 이렇게 절충해버린 것은 틀림없이 말뚝의 존재였다. 짧은 거리를 대규모로 빠르게 쇄도해온 프랑스군은 자신들의돌격을 벌써 무너뜨렸어야만 할 죽음과 낙마를 이제 모면한 상태였다. 고슴도치형 방어 말뚝이 대형에 제공한 물리적 안전성에 대담해진 영국군은 격돌 직전에야 후퇴했다. 결국 말뚝 위로 치달은 말들이 장애물 앞에서 멈춰서기에는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순식간에 격렬하고 소란스런 충돌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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