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과 검찰, 법원 그리고 언론에 의해 오도되고 있는 여론 등 사면가 속에 불공정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변호인들의 악전고투를 지켜보자나는 사형선고를 받은 내 처지를 잊은 채 그들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뒤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버스를 타고 법원 구내를 빠져나올 때 차창을 가린 방석방사이로,
될 왔던 나의 비서관들이 나를 향해 두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한순간 저 사람들이 나 때문에 참 고생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내 처지보다 더안쓰럽게 생각되었다. 안양교도소의 작은 독방에 들어서자 허탈감이 밀려왔다. ‘사형‘이라는 단어는 그즈음의 나에게는 미세한 감정의 파동조차 일으키지 않았다. 두려움이나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지나온 재판 진행 과정을 되돌아볼 때 그동안 괜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허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