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살아있는 지상의 신, 히로히토 천황이 내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이미 관심을 넘겨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에 조금은 굽은 허리를 한 채로 그분이 본래 평화주의자였지만 군국주의자들에게 휘둘리고이용당한 시대의 희생자였는지 나로서는 짐작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방 후 39년 만에 그 자리에 서시 히로히토 천황의손을 마주잡은 순간 나는 지난 세월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수많은 양금들이 비로소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신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간들 사이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어야 하리라는 것을느꼈던 그런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