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천로역정 - 개정판 생명의말씀사 리폼드 시리즈
존 번연 지음, 조은화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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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 보면, 많은 경우는 옛 말의 생경함이 성경 읽기를 방해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도 그럴 개역개정은 1938년에 번역된 개역성경을 바탕으로 말투 정도만을 고쳤기 때문이겠지요. 40이 되고 어릴 때부터 성경을 읽은 저에게야 익숙할 때도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고민해 보거나 심지어 사전을 찾아야 의미가 잡히는 부분도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개역개정/새번역이 함께 수록된 대조성경은 제가 주로 보는 성경이 되었는데, 그 중에서 새번역은 말투의 평범함과 고어의 껍질을 벗겨 낸 데서 오는 편안함은 말씀 자체를 대하는 기쁨을 더 키워 주었습니다. 더우기 여덟 살 난 딸애를 포함해서 온 가족 말씀 읽기를 위해서 저는 새번역을 더욱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천로역정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고 매우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책 자체로서 완성도가 높다는 것, 신학적으로 탁월하다는 것, 복음의 진수를 소설 형식으로 잘 엮어 냈다는 것 등을 반증하는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근대 번역서의 시작이 되기도 하였던 이 천로역정은 제 아버지의 책장에도 한문제목으로 자리하고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리폼드시리즈를 통해서 새로 태어 난, [쉽게 읽는  천로역정]은 제목과 같이 참으로 쉽게 읽혀졌습니다. 성경으로 말하면 새번역입니다. 현대적인 말투와  단어들은 한 겹 껍질을 벗겨내는 수고를 하지 않고서도 내용에 충실히 빠져 들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원하면 빠르게, 혹은 깊이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또, 이 책은 대본과 같은 모양을 취하고 있습니다. 화자를 명확히 알고 읽는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는 혼선을 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천로역정이라는 책이 수 많은 대화와 대화가 이어지는 형식으로 써 졌다는 면에서 아주 지혜로운 장르선택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원본 자체의 내용을 쉬운 말로 기록하면서도 내용의 깊이를 흐리지 않으려는 역자의 수고와 등장인물들에게도 색을 입히는 수고 덕에 더욱 재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천로역정의 내용이 어떠한 지, 그에 비해 [쉽게 읽는 천로역정]이 어떠한 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책입니다. 저의 오랜 신앙생활을 돌아 보게 하고, 중간 중간 멈춰서서 기도하게 하고, 믿음씨의 순교의 길, 소망 씨와 크리스천 씨가 생명의 강을 건너는 상황은 저에게 계속되는 도전이 있음을, 한순간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십자가 사랑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기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읽게 하는 책을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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