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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 든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의식 편견과 맞서 싸우다!라는 부제에서 '무의식 편견'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 보게 됐어요. 모두가 실수를 하기 때문에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 의도하지 않았으나 상대방은 기분 나쁠 경우도 분명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행동이나 생각 혹은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거나 혹은 나역시도 받고 있지 않았을까? 받았는데도 당연히 여겨 넘겼던 무의식적인 편견은 없었는지 궁금하더라구요. 목차 먼저 보실까요?
저자 돌리 추그Dolly Chugh는 사회 과학자로 선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요. 하버드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라고 해요. 소외 집단을 향한 편견에 맞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증거 중심의 연구를 소개하는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찾아낸 자료들과 지금껏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으면 사람들이 더 능숙하게 신념을 구축하는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총 4개의 쳅터 11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어요. 실례를 든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하진 않고 각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 있는 편견과 폐해에 대해 나와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일반적이었던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남자의 연봉이 높다거나 하는 일상적 특권, 피부가 하얗거나 이성애자이거나 남자라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평생 누리게 되는 좋은 대우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답니다. 이어서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일상적 특권을 활용하는 법과 그것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어떻게 차별에 맞설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줘 흥미있는 내용들도 있답니다.
누구든 한결같이 선할 수는 없고, 우리 중 몇몇은 선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선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관점을 유지할 수 있을까?
p56
우리 몸은 박테리아와 싸우도록 돼 있고, 마음은 자기 위협과 싸우게 돼 있기 때문에 내가 악한 일을 하더라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거에요.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듯 나 스스로 어떤 위협을 느끼게 되면, 순식간에 매끄럽게 처리해버린다는 말이 공감이 되더라구요. "꼼꼼하게 관리해주는 '여자' 선생님을 선호해요."라던가 '흑형'이나 '조센징' 등 이루말할 수 없이 우리 삶 속에 무의식편견들은 자리하고 있잖아요? 살다 보면 흔하게 듣게 되는 칭찬인 줄 알았던 말 중에도 이런 무의식편견들이 있는데 심리학자들은 ‘온정적 차별’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대놓고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보다 실제 상황에서는 지적하기가 더 어려운데 말하는 사람이 ‘좋은 뜻’으로 말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특정 정체성에 고정된 배역을 부여했기 때문에 차별이 맞잖아요. 저자는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런 말은 사석에서든 농담으로든 오가는 순간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변명하지 말고 그렇게 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우연히 묵게 된 호텔 방이 휠체어 전용 객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모든 시선이 휠체어 이용자의 눈에서 맞춰져 있다는 새로운 시선으로 모든 사물을 보게 되는데요. 일상에서 사용될 경우에는 마음이 불편해지는 정보를 모르는 척하는 개인의 선택을 의미해요. 6장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 조디가 스스로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이 너무나 편협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의도적 인식을 택하게 되고 이 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어쨌든 눈을 크게 떠라’라는 장 제목처럼 시작점은 모두 다르지만 눈을 감아선 안되며, 부단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더불어 선의로 하는 행동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결과를 불러오는 네 가지를 경고하는데 구원자 유형, 연민 유형, 다름 외면 유형, 배역 고정화 유형이며 이에 대해서도 상황 설명식으로 나와 있답니다.
10장 ‘나만의 방식으로 맞서라'에서는 부지런히 개입하되 그 방식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반드시 정면에서 싸우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위협이 될 상황은 피하는 요령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끝장에서는 변화를 위해 가장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의미 있는 지지를 보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지지자로서 묻고 배우되 앞에 선 이들에게 강박을 주지 말기를 당부하고,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한 만큼 그들에겐 우리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하며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캐런은 자신이 피부색을 보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그러자 친구가 거세게 힐난했다. “내 피부색을 보지 않는다고 어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 내 피부색을 보지 않는다는 건 나라는 사람 자체를 부정하다는 거야. 나의 멋진 부분을 부정하는 거고 내가 그동안 겪은 무수한 시련을 부정하는 거야. 결국 나를 부정하는 거라고.
p283
캐런 자신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저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상대에겐 차별이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선의 의도로 했던 말일지라도 상대에게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니까요.
이 책은 생각보다 술술 쉽게 읽히진 않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구요. 더이상은 그 무엇도 확실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세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지금, 더욱 더 서로를 편견 없이 나와 너의 정체성을 인정받고 인정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마음이 이렇다고 내 행동 역시 같지 않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내가 저지른 실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보단 내 확인이 우선이었던 것만큼, 나 자신이 완벽히 윤리적이고 편견이 없다는 나 자신의 환상속 '선한 사람'에서 이제는 나오려고 노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