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나무의 노래 -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도나타 벤더스 사진 / 니케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악기는 저마다 특별한 소리를 지니고 있다. 피아노는 이름 그대로 피아노 같은 소리를. 클라리넷은 이름 그대로 클라리넷 같은 소리를. 또 바이올린은 이름 그대로 바이올린 같은 소리를. 문화를 즐기는 할머니 덕분에 여러 음악회를 갔었다. 보통 합주를 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독주가 더 좋았다. 여러 악기들의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합주는 웅장함으로 사람 가슴을 뛰게 만들지만, 합주는 악기 하나의 소리 울림이 듣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웅장함과 거대함 보다는 여리고 맑고 잔잔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준다.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평화로운 날의 바다가 되는 느낌이었다.

 

 <가문비나무의 노래>의 지은이는 바이올린 장인이다. 직접 엄선해서 고른 나무를 사용해 바이올린을 만든다. 하나의 악기가 만들어지는 순간 순간이 색 없는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리 굵은 두께의 책은 아니지만 책 속에 든 사진과 글에는 이상하게도 묵직함이 존재하고 있어서 다 읽은 후에도 가슴에 파문을 남긴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독주를 듣고 있는 느낌. 피아노와는 다르게 바이올린 독주는 무대가 가득 차는 느낌이다. 울리고 또 울려서 날카롭게 날이 선 높은 울림이 듣는 사람을 합주와는 다른 의미로 뛰게 만든다. 그래서 바이올린 독주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런 바이올린을 만들어내는 장인은 삶의 방향을 날카롭게 꿰뚫어 이 책에 글로 남겼다. 나무를 선택하며 느낀 생각들이, 바이올린 하나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깨달은 감정들이, 부드럽지만 결코 무디지는 않게 글에 녹아있다. 특히 색이 없는 무색의 사진들은 그 글들에 더 깊은 무게를 실어준다.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바이올린 장인의 놀라운 책. 사진은 충분히 예술적이고 글은 충분히 바이올린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