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뉴스를 볼 여력도 없는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다. 그러다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곤봉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연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경찰을 향해 질렀던 그만두란 육성을, 더 큰 목소리로 만들고자 기자가 된다.

그의 여러 에피소드, 이를 테면 폭력 진압 앞에 목소리를 내는 것, 홍어 표현과 세월호 관련 불공정 보도로 해고된 상사의 소송에 유일하게 증인으로 출석해 불리한 증언을 하는 것, MBC 민영화를 강변하는 사장에게 그건 MBC의 문제가 아니라 사장 잘못이 아니냐 지적하는 것, 권력 입맛에 맞게 보도를 잘 좀 하란 대통령 홍보비서관에게 반발하는 것까지. 본인 안위보다 지켜야 할 가치에 중심을 두는 그가 보인다. 그런 타고난 성격이 그를 기자로 이끈 것 같다.

그런 그가, 듣기 껄끄러운 뉴스는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권력과 객관적인 사실도 취사 선택하는 그 충신들과 겪은(겪고 있는) 분투가 씁쓸하고 어처구니없어 흥미롭다. 바이든 때문에 머쓱했던 대통령이 바이든 쪽팔릴 걱정을 내뱉은 뉴스 하나로 전용기 배제, 경찰 수사, 극우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는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된다. 거기에 유산의 아픔까지 겪은 것은 인간적으로 마음 아픈 부분...

좁게는 사내에서 경력기자(2012년 파업 이전부터 근무한 ‘기존기자’에 대응하는 말)로서 겪은 내부 모순부터(제3노조의 존재도 처음 알았다), 권력 앞에 바람보다 먼저 눕는 기자들, 나아가 정치인으로 변모한 언론인들이 보여주는 실망스러운 면면까지 ‘기자 정신’을 기준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간결하지만 무게가 있다. 언론이 스스로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현직 기자로서 정치에 관여하고자 했던, 기사화 하지 못한 스토리도 함께다).

그런 그가 기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재원 보호와 진실을 쫓는 탐사 취재기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경찰이 은폐한 이춘재 범행의 피해자 부모님 관련 취재기는, 관련 뉴스를 봤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결국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 보상 소송의 1심 승소 전에 피해자 부모님 모두 돌아가신 것은 다시 한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저자가 공익소송의 대리인 선임까지 도운 것은 이번에 안 부분. ‘기레기’라는 오명도 있지만, 이런 언론인이 오늘도 어디선가 묵묵히 진실을 쫓고 있으리란 믿음이 생기게 된다.

저자는 국민이 기자에게 기대하는 상식을, 기자가 자신의 직업이 된 뒤에도 가지고 있고, 잃지 않고자 노력하는 사람 같다. 그가 계속 그런 기자이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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