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5
거울은 자기 발견의 도구이기보다는 자기기만의 도구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
신사의 존재는 외투의 맵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태도와 발언과 몸가짐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p.70
아이는 어린이와 개 특유의,
예의에 대한 관념이 없는 호기심으로
백작을 살펴보고 있었다.
 
p.78
아페리티프
식욕을 증진하기 위해 식전에 마시는 술
 
p.97
아스파라거스 서버
 
볼셰비키: 구소련 공산당의 별칭 Bolsheviki
 
p.106
“난 고지식하지 않아.”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자기가 고지식하지 않다고 전적으로 장담할 수는 없는 법이야. 정담하면 고지식한 사람이 되니까 말이다.”
 
p.107
대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제들을 가장 새로운 명칭을 붙여 요란하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p.122
“시대가 해야 할 일은 변화하는 것입니다, 할레키 씨. 그리고 신사가 해야 할 일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는 것이지요.”
 
p.150
“모두와 극소수의 차이는 숫자의 차이일 뿐이에요.”
 
p.194
첫인상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겠는가? ... 인간은 우리가 가능한 한 많은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겪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에 관한 견해를 보류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p.232
... 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독특하고 복잡한 역사의 산물이다. 와인의 색깔, 향, 맛은 분명 그 와인이 태어난 지역의 특유한 지형과 고유한 기후를 나타낼 것이다. 그뿐 아니라 와인은 생산된 해, 생산된 지역의 모든 자연 현상을 드러낼 것이다. ...
 그랬다. 한 병의 와인은 시간과 공간의 최종 추출물이고, 개성 그 자체의 시적 표현이었다.
 
p.236
우리 인간은 결국에는 철학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인생의 현실인 것이다. ...
 책에 의해 형성된 신중한 고찰을 통해서든, 새벽 2시에 커피를 마시며 벌이는 열띤 토론을 통해서든, 또는 타고난 성향에 의해서든 우리는 모두 결국엔 근본적인 틀을 채택해야 한다. 즉, 중대한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온갖 조그마한 행동과 상호 작용도 조리가 서도록 이끌어주는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어떤 인과관계의 체계 – 의도적인 것이든 자연 발생적인 것이든, 납득이 가는 것이든 뜻밖의 것이든 간에 –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p.237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수 세기 동안 철학적 위안을 교회의 처마밑에서 찾아왔다. ...
하느님의 뜻에 복종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일어나는 일들의 피할 수 없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설령 이해는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다.
 
p.292
 백작이 조금 전에 보야르스키에서 로비로 내려왔을 때는 재킷에서 느슨하게 풀어진 단추를 단단히 조일 수 있는 흰색 실을 한 가닥 구할 생각으로 수줍음과 기쁨이 있는 마리나의 수선실로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반 년 가까이 미시카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백작이 오랜 친구의 필체를 알아본 바로 그 순간, 화분에 심어진 종려 나무들 사이 백작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작은 애완견과 함께 앉아 있던 한 여성이 마치 백작에게 자리를 양보하듯 몸을 일으켰다. 언제나 운명의 여신을 받들어 모시는 백작은 재봉사 마리나를 찾아가려던 계획을 뒤로 미루고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은 다음, 봉투를 열었다.
 
p.676
당신은 늘 당신의 행동이 옳다고 확신하지요. 마치 신이 당신의 그 값비싼 예의범절과 유쾌한 일 처리 방식에 감동한 나머지, 뭐든 당신 맘대로 해도 좋다는 축복을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오. 그야말로 오만함의 극치죠.
 
p.713
백작의 친구가 얘기했던 대로, 우가티가 체포당하는 것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밴드에게 연주를 계속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등의 술집 주인 행위는 타인의 운명에 대한 그의 무관심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소동의 여파로 쓰러진 칵테일 잔을 똑바로 세움으로써
한 사람의 가장 사소한 행동으로도
세상의 질서를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믿음을 실천해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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