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무언가를 깨달은 사람이
그 소중한 경험과 깨달은 바를 전달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자신의 경험, 판단, 가치를 일반화해서
가르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제가 결혼이라면
어찌되었건 나는 결혼을 잘했다로 흐르거나,
작가의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독자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기 쉬운것 같다.
전반적인 작가의 취지와 의도는 와닿았다.
하지만 그렇기에는 분량이 길다.


p.15
그렇다고 우리 집에 어려운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남들이 겪는 만큼 무거운 생활을 끌어왔지만
심각해봐야 재미없으니까 가능한 한 장난치듯 넘기면서 극복해왔다.

p.47
요지는 인절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어도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마련해놓고, 설탕간장에 찍은 떡을 작게 잘라 꼼꼼하게 김에 말아 먹는 아내가 괜히 바보처럼 보여도 얼른 김이 든 통을 집어주기만 하면 그걸로 가족은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우리 집에 강도가 든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그는 나중에 내게 협박 전화를 해서 다음에는 반드시 죽이고 말 거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피차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런 연극 같은 말은 하지 맙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화로 길게 이야기하는 동안 강도와 나는 사이가 좋아져서 그는 우리 집 방범 장치를 설치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었다.

?


p.94
나는 남녀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싶다.
결혼은 하거나 말거나 본인의 자유일 테니 누구나 책임을 갖고 길을 선택하면 된다.

p.103
세상 사람은 대부분 악한 사람에게 곤란한 일을 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착한 사람에게 난감한 일을 당하는 비율이 더 높다.
... 나쁜 사람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곤란한 것이 착한 사람이다.
...
남이 어떻게 살든 어떻게 생각하든
어린애도 아니고 환자도 아닐 때에는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
보기에 불편해도 내버려둬라.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 비로소 손을 내밀라.
묻지도 않는데 의견을 개진하지 마라.
자신의 수비 범위 이상의 일에는 말로도 행동으로도 끼어들지 마라.

...
본래 인간은 모든 것이 적당한 게 좋다.
...
그러나 나는 적당하다고 생각해도 상대에게는 과잉이 되거나
좀 더 친절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둘 중 하나다.
... 모든 것에 대해 약간 남는 것과 약간 부족한 것 중 어느 것이 좋을지를 굳이 따지자면
... 심리적인 것은 조금 모자란 것이 좋다.

p.108
성서에서 사랑이란
사랑할 수 없는 요소를 배제하지 않고 그대로 껴안는 것

p.112
인간은 원래 별것 아닌 것조차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없다.
... 거창한 대상이 아니라도 인간은 옷 한 가지를 몸에 걸치면 그 순간 다른 옷은 포기해야 하는 거라고

p.160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부는 매우 중대한 의미에서 인간으로서의 덕목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일본의 남편들이 밖에서 있던 일을 집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다른 미학 때문일 것이다. '내가 여자도 아니고 회사에서 누가 어쨌다는 것까지 일일이 떠들어댈 수야 있나!'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누가 어쨌다는 식의 얼핏 생각하기에 좀스러운 대화가 세상 물정을 아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구체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추상적인 명제에 도달한다. ... 인간을 아는 것 또한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인간의 행위나 반응에서다.

p.209
인간은 정말 적절할 때 헤어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좀 일찍 헤어질 때, 그 사람을 못내 아쉬워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식의 사랑을 제3자와 경쟁하거나 하는 부모는 아무래도 내 미학에는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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