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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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이 맘에 들어서 골라 읽었으나... 휴식, 이완 같은 단어에서 느껴지는 그 나른함과 포근함 따위는 개나 줘버린 내용이다. 영화로 치면 혁명은 빼고, 재수없음을 더한, 어쨌든 잠(환상)과 현실을 들락거리는 형국은 비슷한... 여성판 파이트 클럽 같은 느낌?


아주 예전에 작가가 되고 싶었을 때에 몇 권 골라 읽었던 책들에서 초장에 여지없이 나오는 문장은 대충 이런 문장이다: '주인공은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그를 응원할 수 있게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주인공의 여정에 매료되고 그 여정을 따라 나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아니;; 왜 독자는 주인공을 응원해야만 하나;;;'


주인공이 꽤 재수없는 편이고 이제는 반쯤 정신까지 나간 이유는 있는 것 같다. 아니, 잘 모르겠다 20대 여성이다. 책을 덮을 때까지 응원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여자 주변에 독자가 달리 정을 줄 만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하나 고르라면 우피 골드버그 주변 인물이 아니잖아...


흔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좋은' 작품은 아님에 분명하다. 하지만 읽는 사람 멱살 붙잡고 주인공이랑 같이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건 아주 기가 막히게 해낸 책이다. 정말정말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도서관 연체 성공). 나도 같이 우울하고 몽롱해진다. 약물중독 간접경험을 위한 책이라 치면 '잘 쓴' 책이다. 나같은 사람은 평생 가도 약물중독자는 안 될테니깐. 읽어볼 만한 책은 맞다. 


번역은 대중문화 레퍼런스에 대한 구질구질한 설명없이 간결했다. 내 입맛엔 아주 좋았다. 


+ 근데 궁금한 건 이 책이 현지에서는 '블랙 코미디' 라는 얘기를 꽤 듣는 것 같은데... 

음 내가 볼 땐 그냥 블랙이고 코미디는 아닌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그들과 나의 유머코드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겠지? 나름 아메리칸 쪼크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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