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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제 삶은 재앙이고, 전 그만 끝내고 싶어요. 전 사는 데 적합하지 않아요. 이런 체험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다른 삶에서도 틀림없이 불행할 운명일 테니까요. 그게 나예요. 난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자기 연민에 빠져 있죠. 그냥 죽고 싶어요.”
이 책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바로 노라처럼 삶에 구렁텅이에 빠져봤기 때문에 무언가 실마리가 잊지 않을까하고 기대한건 아니었을까? 바로 내가 그러한 것처럼. 어쩌면 이 책의 저자, 매트 헤이그도 그런 치열한 삶의 터널을 지나왔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저자 소개란을 보면 20대 초반 정신적 위기를 겪었고 독서와 글쓰기가 구원이 되어주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작가의 경험과 성찰이 농축된 삶과 고통의 치유제같다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 노라는 나와 나이도 같고 내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삶을 스스로 포기하려고 한 노라.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일자리도 잃고 키우던 반려묘도 죽고 모든 게 엉망이 된 노라는 삶의 절망 앞에 좌절한다. 대체 이런 삶의 불행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되찾는단 말인가 궁금해 하며 한 장 한 장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 참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듯 노라는 자정의 도서관에서 만난 엘름 부인의 덕에 여러 인생을 살아본다. 이 부분에서 영화 <어바웃타임>의 시간 여행자 가족이 생각나기도 했고, 영화 <나비효과>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 <나비효과>는 비관적인 결론이 나지만 다행이 이 소설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안도감과 함께 슬며시 삶에 행복이 전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행복을 말하지만 삶의 행복은 무언가를 더 가져서, 더 성취해야만, 더 위대해져야만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설파하는 소설이 아니다. 노라는 슈퍼스타, 올림픽 금메달 선수, 대 농장주 부인, 빙하 연구학자, 첫사랑의 아내, 의사의 부인 등등 살고 싶은 모든 삶을 살아본다. 하지만 그 삶이라고 해서 완벽하진 않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삶이 즐거움과 행복만큼이나 슬픔도 불행도 함께하듯, 모든 삶에는 다 양면성이 있고 우리가 얻는 게 있으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는 법인 것이다.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중요한 건 나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내가 실패자나 패배자가 아니라 어떤 삶이든 살 수 있고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내 안의 잠재력을 믿는 것, 그리고 과거나 후회, 한탄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가끔은 덫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은 그저 마음의 속임수일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포도밭을 소유하거나 캘리포니아 석양을 봐야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넓은 집과 완벽한 가정도 필요치 않다. 그저 잠재력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노라는 잠재력 덩어리였다. 왜 전에는 이걸 몰랐는지 노라는 의아했다.
억대가 넘어가는 집값, 사상 최악의 취업난, 학교폭력, 직장 괴롭힘 등 살아가는 데는 산적한 문제들이 참 많다.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고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수도 없다. 늘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고통이다. 노라의 말처럼 내 인생의 부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노라가 여러 인생을 살아본 후 깨달았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 현재의 삶을 만족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노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니깐. 그리고 우리가 그 길에 앞장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