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스트 - 끝나지 않은 팔레스타인 이야기 만만한 만화방 3
원혜진 지음 / 만만한책방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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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동지역에서 일어난 비극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점점 더 깊은 미궁에 빠지곤 했다.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쟁이란 어리석은 참상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화 <필리스트>는 원혜진 작가의 두 번째 팔레스타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복잡한 전쟁의 역사와 분쟁의 비극이 공존하는, 접근하기 힘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점에서 숙연해진다.


주인공 리나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기적을 기다린다. 작은 새 필리스트가 돌아오면 평화가 오리라고. 아무리 기다려도 작은 새도 평화도 아빠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팔레스타인 청년 마리암에게 했던 약속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어리석고 잔혹한 선택이 전쟁의 시작이 되었다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은 필리스트가 된다. 기억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평화 그 자체가 된다. 전설은 박제된 이야기가 아니라 기적에 가까운 현실이 된다. 아이 같은 파티마의 눈망울과 리나를 돌아보던 나탄의 눈빛을 본 우리는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전쟁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지.  


그 긴 여정에 한 작가의 곡진한 노력이 있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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