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바다
예룬 판 하엘러 지음, 사비엔 클레멘트 그림, 이병진 옮김 / 세용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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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 같았다. 고요한 바다의 소개글을 읽을 때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생각이 났었다.
상처받고, 아픈 어린 영혼. 
 

초등학교,중학교때 우울할 때마다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읽고, 또 읽을 때마다 슬퍼서
책을 읽으면 한시간정도는 콧물을 훌쩍거리곤 했다. 사심없이 있는 그대로 - 에밀리오의 경우는 보는 그대로 - 관찰일기를 쓰듯 사실을 나열하면서 그들의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도 비슷해서 안타깝기까지 했다.

에밀리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벙어리가 그렇듯이 들을 수도 없다. 그런 그를 이해해주는 단 한명의 친구 , 하비에르 아저씨. 둘은 바닷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바다소리를 들을 수없는 에밀리오를 위해 하비에르는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를 입모양으로 묘사해준다.

"쏴아아쏴아아"

병신이라는 이유로 에밀리오를 비웃는 아빠와는 달리 하비에르 아저씨는 그를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말해준다. 그런 그가 죽고 난 후 에밀리오는 하비에르아저씨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면서 온몸에서 기운이 쑥 빠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에밀리오를 보살펴 주던 안나가 그에 대해 표현해보라고 했을 때 에밀리오는 일어서서 그의 몸을 두 팔을 감싸안고 눈을 감은 채 머리를 오른쪽 어깨위로 비스듬히 기대는데 이 장면을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좋다. 앞에서 그들이 함께해 왔던 여정들이 쭈욱 그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고,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도 있고, 뜻을 함께할 오랜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에밀리오처럼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꽉 막힌 세상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뿐이라면 그 애뜻한 마음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 건조하게 느껴졌던 에피소드도 전체를 읽고 나서 다시 찾아 읽을 때는 코끝이 찡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타이틀인 고요한 바다는 에밀리오가 보고있는 세상을 문자 그대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순수하고 아린 마음속을 의미한다고도 생각한다. 바다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 바닷가에 있던 나무막대기로 피가 철철 흘러넘칠때까지 자신의 양쪽 귀를 찔러대던, 순진무구하게도 그러면 정말로 들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소년 에밀리오.

이 책을 읽고도 감동을 얻지 못한다면 당신은 정말로 , 정말로, 어른이 되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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