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블룸의 독서 기술 - 셰익스피어에서 헤밍웨이까지 작품으로 읽는 문학 독법
해럴드 블룸 지음, 윤병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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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대학 도서관의 한쪽 구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냥 책이 좋고, 책 냄새가 좋고, 책 속에 파묻혀 있는 느낌이 좋았다. 내 안에 엄청나게 많은 책들로 가득한 거대한 도서관을 세우고 싶었다. 삶의 길. 어느 모퉁이에서 필요하면 언제든 꺼내어 들 수 있도록...... 읽고 싶은 책도, 읽어야 할 책도 많았지만 늘 시간에 쫓겨야 했다. 여전히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치여 글자에 굶주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읽어대는 나에게 이 책 '독서의 기술'의 저자 해럴드 블룸은 "왜 읽어야 하는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그 답을 던진다.

 해럴드 블룸은 인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로써 예일 대학의 인문학 교수이다. (처음 표지에 나온, 뭔가를 읽고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너무 단순하게도 이 책의 저자가 여자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남자다.) 총 5부로 나눠 1부에서는 단편소설을, 2부에서는 시를, 3부에서는 장편소설을 4부에서는 희곡을, 5부에서는 미국의 장편소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선택한 책들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는 동안 내내 "역시 교수님이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가 제시한 책들은 내가 읽고 싶은 책 목록들을 모두 뒤로 밀어두고 그 목록 가장 우위에 자리를 차지할 만큼 그의 글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한 작가의 각각 다른 작품 속의 두 인물을 비교하거나, 두 작가의 다른 작품 속의 두 인물 비교하거나, 한 작가의 초판과 개정판을 비교하거나 하는 식으로 여러 작품 속의 인물들을 비교 대조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 책속에는 내가 아는 작가도 모르는 작가도, 아는 작품도 모르는 작품도 등장하지만 그것들을 서로 비교하면 이어주기에 전혀 모르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이야기에 비춰 "아 이 인물은 이런이런 인물이겠구나."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단편보다는 시나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단편에 소개된 작가와 작품들은 모르는게 많았지만 어떤 단편들이 나에게 큰 의미를 가져다 줄지 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블룸은 시는 큰 소리로 천천히 낭독하며 읽으라며 여러차례 이야기한다. 시를 소리내어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큰 감동을 알기에 몹시 공감했다. 장편소설부분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해 세르반테스,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프루스트 등 대부분 아는 작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쓴 돈키호테, 위대한 유산, 죄와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의산 등 내가 읽었던 책들이 나와서 훨씬 잘 이해하고 공감했는데, 나 혼자서 독서를 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게 내가 내린 결론과 같을까?'하는 의문이 들다가도 마땅히 토론상대가 없어서 덮어두어야했던 생각들이 자유를 찾았다고나 할까! 여러 인물들을 비교하며 작가에 대해,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블룸의 글은 훌륭한 토론상대가 되어주었다. 이 책으로 인해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잘 이해되지 않은 막연한 생각으로 자리하고 있던 많은 작품들이, 인물들이 새롭게 되살아났다. 

 블룸이 말하는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를 3가지만 말해보면 첫째, "다른 방식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완전하고 더 기묘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이고, 둘째,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정신에 대해 더 잘 알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고, 셋째,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인 검은 무력감으로부터 우리를 치유하기 위해서"이다.
 또 블룸은 "애정을 가지고, 질투심"을 가지고 독서를 하고,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을 다시 읽어 보면, 당신신의 영혼을 살찌우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게 될 것" 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 훨씬 풍성한 가르침을 얻을수 있을 것 같다. 안 읽은 책도 읽고, 읽었던 책도 다시보게 하고, '왜',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준 진정한 독서 기술, 고수의 비법을 담고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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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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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농장"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조지오웰! 그의 소설은 세상이 몰고 온 쓰나미에 사정없이 쓸려 다니기만 했던 나에게 그 파도의 꼭대기에 서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허락했다. "동물농장"에 이어 "1984"에서도 그리고 이 소설 "숨쉬러 나가다"에서도 조지오웰은 우리에게 ’문제의식을 가지라’고 ’깨어있으라’고 말하고 있는듯하다.  

 보험회사 외판원인 주인공은 친구의 권유로 경마에 돈을 걸었는데 17파운드의 돈을 따게 되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보험회사 외판원으로써, 두 아이의 아버지로써, 늘 돈~돈 거리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써 조금 싫증을 느끼던 차에 수중에 들어온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며 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2부에서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그의 성장과정을 차분히 들려준다. 특히 어렸을때 가장 열광했던 낚시와 책읽기, 그리고 전쟁의 기억들을...... 3부에서는 아직 돈을 쓸 곳을 정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주인공이 아내와 함께 "파시즘의 위협"이라는 강연을 듣고 그것에 대해 함께 대화할 누군가를 찾지만 결국 찾지못하고 1주일간의 고향으로의 여행을 결심하는 장면이다. 마지막 4부에서는 너무나 변해버린 고향땅에서 더이상 추억이 깃든 장소들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하고는 그가 숨 쉴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음을 깨닫고 집에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책은 마음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과거의 시간들도, 창공을 날아다니는 시끄러운 전투기의 소음이 예견하는 다가올 미래의 시간 속에도 더이상 숨 쉴 수 있는 곳이 없음을 말해준다. 숨 쉬러 나갔으나 숨 쉴 곳을 찾지 못하고 현실로 돌아온 이 남자!  조지오웰은 답답한 이 남자의 삶에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고 독자들 스스로가 그 답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이런 답을 내려본다. 우리는 과거속에서도 미래속에서도 숨을 쉴 수 없다. 우리는 현재라고 말하는 삶의 순간순간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탈출구 따윈 없다. 도망치려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어린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낚시! 자신이 잡고 싶었던 엄청 큰 검은 물고기들이 가득했던 그 연못에서 낚시를 하고 싶었지만 삶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에 나중으로 미루었다가 결국엔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린 연못을 바라보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하고 싶은것, 진정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그런데 해야만하는 하는 일에 밀려 정작 하고 싶은 일들은 먼 미래로 내팽겨쳐져 있진 않은가? 미래는 없다. 우리는 현실을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나가야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생선이 든 소시지를 먹으며 떠올리는 생각들이다. 
 "요즘 우리 사는 꼴이 그런 식이다. 모든 게 매끈매끈하고 유선형이며, 모든 게 엉뚱한 무엇인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중략>.... 하지만 본질에 다가가 단단한 그것을 깨물어 볼 때 느껴지는 것. 그건 다른 무엇이다. 고무 같은 껍질에 든 썩은 생선이요. 입 속에서 터지는 오물인 것이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유선형 사회! 이 소설이 씌여진지 7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존재하고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족한 시대를 살아가지만 과거보다 정신적으로 더 빈곤해진 행복하지 않은 세상. 우울증이 늘고, 자살이 늘어가는 세상! 과거나 미래에는 숨 쉴 곳이 없다. 우리가 서 있는 그 곳에서 우리는 숨 쉬며 살아야 한다. 결정하라! 현재라는 시간을 어떤 것들로 채워나갈지...... 

 주인공은 숨쉬러 나갔다가 그냥 돌아왔지만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숨 좀 쉬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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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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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의 DNA속에는 과학의 기역자도 들어있지 않다고 말해도 좋을만큼 나는 과학적 사고와는 동떨어진 사람이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대할 때, 나는 온통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느낌으로 저장한다. 드라마를 본다치면 온통 그 내용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대사를 주의깊게 듣고 그 등장인물들이 지금 어떤 기분일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래서 같은 인물이 다른 드라마에 나오면 전혀 못 알아본다. 그들이 입었던 옷, 귀걸이, 가방, 시계따위를 이야기 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드라마에 감정이입하느라 난 다른 건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데....... 책을 읽어도 뉴스를 들어도 주어진 정보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나이를 한두살씩 더 먹으면서 많은이들이 틀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혼란스러워졌다. 이제 나도 수많은 거짓말 중에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하리~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과학이다!!  왠지 과학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가장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내 속에 과학적 사고의 틀을 세우고 비판적 사고를 하리라!!!

 그래서 집어든 책이 '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다. 쌩판 모르는 과학의 세계에 발을 딛으려면 왠지 진짜 과학자보다는 나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인문주의자가 더 나을 듯 싶어서.....  과학의 무궁무궁한 세계를 바다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 넓디 넓은 바다의 어느 해안가같은 책이다.  어려서 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최성일씨는 자신이 직접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과학책들을 읽고 그 책들에 대한 서평을 썼고 그 결과 태어난 게 이 책이다. 39개의 소제목마다 한권 이상의 책들을 소개하는데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대부분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이들의 견해를 인정하고, 그냥 믿어왔던 나에게 최성일씨의 책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낯설고 적응이 안됐다.  소개하고 있는 책의 저자의 말이 맞는건지 비판하고 있는 최성일 씨의 말이 맞는 건지 아~~악!!!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이 문젠 좀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쌓고 소개하고 있는 책도 읽어보고 최성일씨의 견해도 다시한번 확인해 보고 아주 나중에 판단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천천히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어마어마한 내용의 지식들이 나를 압도했다. 대충 몇권의 책으로 과학을 온통 알아버리려했던 내 자신의 어리석음이란!!!
 이 책은 사실 내가 기대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씌여진 책이었지만 "(읽은) 책이 (읽을) 책을 낳는다"는 이 책에서도 인용하고 있는 독서 속담처럼 내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씌여진 과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존 캐리의 [지식의 원전]이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고전에 관심이 많아서 가마타 히로키의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도 꽤 끌린다. 다음으로 읽을 과학관련 서적으로 이 두 책을 찜해 둔다.

 과학이란 바다의 해변을 거닐다 줍게 된 불가사리나 조개껍질들도 있다. 장하나의 [속담으로 배우는 과학 교과서]와 다이우싼의 [고사성어 속 과학]이라는 책은 속담과 고사성어 속에 담긴 과학적 진실을 이야기 해 줌으로써 과학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낸다. 또 김형자의 [과학에 둘러싸인 하루]는 우리의 일상속에서 늘 함께하고 있는 과학에 대해 들려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일반 냉장고에 비해 김치냉장고가 차가운 냉기를 더 잘 유지하는 이유같은 것을 알려준다. 약간의 관심만 기울였어도 김치냉장고 뚜껑은 왜 위로 열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법도 한데 그냥 지나쳐 왔던 것들을 짚어가며 이야기해주는 이 책은 서평만 읽고도 신기하고 재밌다.

 과학의 세계에 무턱대고 얼굴을 들이 밀었다가 수많은 과학자들과 그들의 서적들, 이런 저런 어려운 용어들에 치여 책 읽는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지만(나는 거의 모든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모든 걸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나쁜 버릇이 있다.) 마음을 편히 먹고 여러 과학분야에 대해 소개해 주는 길잡이 책으로 인정하고 나니 뒤로 갈수록 얻어지는 게 많았던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읽고 싶어하는 과학책의 제목을 알아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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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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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가는 위대한 창조자다. 어떤이는 글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어떤이는 그림을 통해서, 어떤이는 조각을 통해서, 어떤이는 건축을 통해서, 어떤이는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낸다. 그리고 이 창조자들의 작품세계는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개개인의 마음에 또 다른 그들만의 세계로 자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명작이 명작이 된 이유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명작스캔들'에는 기원전을 살았던 프락시텔스부터 히에로니무스 보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 카라바조, 프란시스 고야,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한 판 메이헤른까지 13명의 화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작품 속에 자신들이 살아왔던 삶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전쟁, 고통과, 환희의 감정들을 풀어놓는다. 진짜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아픔이 무엇인지 알 수 없듯이 화가와 다른시대를 사는 우리는 그들이 살던 시대에 그들이 겪어야했던 많은 경험과 그 경험이 그들에게 가져다준 생각과 감정을 다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13명의 화가들이 살아왔던 시대의 이야기와 개개인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작품속에 녹아들었는지, 그들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표현해 내길 원했는지 우리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이 이야기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우리는 그들의 작품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공감하게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천지창조를 더 오래 오래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가 그림에 쏟은 정성을 생각하면 하루종일 보면서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은 그의 영혼과 대화를 해보고 싶어 진다.  "그는 서른일곱 살의 젊은 나이였지만, 불편한 자세로 수천 시간을 일하며 몸을 혹사했기에 몸도 마음도 노인처럼 늙어버렸다."고 한다. 가만히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추한 모습일지언정 무한 존경심이 생긴다. 그는 자신의 심장을 쪼개어 그림속의 인물에게 이식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젊음으로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정작 화가 자신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인처럼 되어버린게 아닐까? 

 폴세잔의 가재잡는 소녀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할머니가 소녀였을 때 만난 아저씨. 소녀의 어머니는 그를 '가여운 사람'이라 불렀고 그의 그림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소녀는 아저씨도 그림도 좋아했다. 훗날 할머니가 된 그 소녀는 손자에게 그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가 그려준 그림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소녀의 침대에 걸어 놓았던 거지만, 어느날 그 화가 아저씨가 유명해지자 사람들이 돈때문에 그림을 빼앗아 갈까봐 꽁꽁 숨겨두었던 그림. 소녀에게 아저씨가 그려준 그림은 수많은 돈과도 바꿀수 없는 돈보다 소중한 추억이라는 가치가 담겨져 있기에...... 할머니가 되어버린 소녀는 말한다. "이 그림은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말해주고 있단다."라고. 서커스 포스터 밑에 감추어두었던 그림이 다시 모습을 들어낼 때 할머니는 다시 그때의 소녀가 되어 그림 속에 살고 있었다. '아저씨'라는 영화에 나오는 원빈보다 더 멋진 아저씨! 폴 세잔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화가 피카소. 그의 그림 게르니카에는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가 5.18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듯 나치의 폭격으로 희생된 에스파냐의 시민군을 기리기 위해 게르니카 시에는 타일벽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설치해 놓았다.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써 그 피로 쓴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게 위해 그는 눈물로 그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그 어떤 처참한 전쟁사진보다도 입체파화가로써의 피카소의 그림은 눈동자와, 표정, 그 모든 동작들에서 그 때의 비명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화가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에 담긴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니 그동안 무심코 보아 넘겼던 작품들이 이제는 생명력있게 그림속을 살아가는 듯 하다. 최후의 심판을 보면서 가벼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미켈란젤로가 자신을 귀찮게 했던 사람을 어떤식으로 지옥에 떨어뜨려놓았는지를 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화가들이 그들이 창조한 세계에 풀어 놓았을 재치와 해학, 온갖 종류의 감정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그림을 보는 나의 마음이 또 다른 창조의 즐거움으로 가득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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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처럼 창조적으로 살아보기
케리 스미스 지음, 임소연 옮김, 임소희(라라) 손글씨 / 갤리온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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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별거냐. 하는 사람 보는 사람 그저 즐거우면 될 것을'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 이외수님의 말씀이시다.
 그렇다. 진정 예술은 즐거운 것이고, 즐겨야 한다.

 어린시절 즐겁게 했던 놀이들을 떠올려보면,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비석치기, 땅따먹기, 인형놀이, 땅에 글씨쓰고 철봉올라가기 후뢰쉬맨 놀이 등이 생각난다. 노래를 부르며, 몸짓으로, 손짓, 발짓으로 많은 것들을 하면서 땀을 흘리며 즐거워 하는...... 그야말로 그 때는 우리 모두가 행위예술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요즘은 그런 놀이 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컴퓨터게임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노는법을 잊어버렸다. 어릴적엔 혼자서도 만들고, 찢어붙이고 뭘가지고 재밌게 놀아볼까 궁리하며 혼자, 또 같이 놀았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즐기는 세상이 사라져가고 있다. 

 바쁜세상에 놀시간이 어딨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뇌과학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공부도 일도, 휴식과 병행했을 때, 그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놀 땐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라는 말"처럼 놀 땐 놀아야하는데 많은 이들이 제대로 놀 줄을 모른다. 우리는 생각하기를 멈추었고 그 순간 세상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내고 창조해 낼 신의 능력이 우리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남들이 생각해 놓은 것들을 아무런 생각없이 맹목적으로 따라하고만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창조적인 사고를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그들 안에 잠자고 있는 창조적 사고를 깨워 더욱 신나고 즐겁게 이 세상을 무대로 예술가처럼 살 수 있도록 하는 몇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일단 집안 서재에 고이고이 모셔두는 밑줄하나 긋지 않고 아껴가며 읽는 여느 책과는 확연히 다르게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아주 너덜너덜 까맣게 더려워질 때까지 찢고 붙치고 엉망진창으로 만들기를 권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찢어서 쓸 수 있도록 스프링 제본으로 되어있다. 그렇다. 예술가의 책은 이렇게 다른것이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목적과 방향을 향해 달려온 사람들. 일탈을 원하지만 방법을 모르고 즐길고 싶지만 즐길줄 모르는 이들이 이 책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따라가다보면 진정 즐길줄 아는 놀이의 챔피언이 되어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황당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서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직접 도전하는 자만이 무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마중물이다.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면 엄청난 물이 쏟아져 나오듯 이 책대로 따라하다보면 자기안에서 아이디어들이 솟구쳐 나올것이다. 그것들로 인해 내가 먼저 즐거워하고, 그 즐거움을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이 세상은 날마다 즐거운, 예술가이 득실득실한 재미난 세상이 되지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익명으로 선물을 보내고 오늘부로 가장 처음 만나는 친구와 꿈을 찾는 보드게임을 해볼 작정이다. 누군가에게 익명의 소포가 왔는가? 그거 내가보낸거다. ㅎ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 당신이 매일은 즐거운가? 아니면 지루하고 답답함의 연속인가? 이 책 속에 즐거움을 낚는 방법이 들어있다. 아주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싱거운 그대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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