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생각해봤다. 살인자를 변호해야 할까? 말아야할까? 한참을 생각해 봐도 결론이 안난다. 너무 막연하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독일의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가 16년동안 맡은 1500여 사건중에 고르고 고른 15편을 이 책은 담고 있다. 

 평범한 9명의 남자가 축제기간중에 집단으로 벌인 끔찍한 강간살인과 무죄판결, 너무 어렸을 때 겪은 정신적 충격과 사고로 인한 노인의 죽음 그후 19년간 미결로 남았던 사건이 과학의 발달로 인한 DNA 분석으로 밝혀지고 자살하게 되는 너무 어렸었던 소년 소녀, 몰락한 비밀결사단체인 일루미나티를 흉내내다 점점 스스로 만들어낸 조직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버린 아이들과 그들의 잘못된 믿음이 가져온 한 아이의 가치파괴와 여 선생의 죽음, 선생님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여자아이의 거짓증언으로 옥에 갇히고 성추행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야했던 한 남자, 치밀한 연쇄살인범을 운전과실로 죽인 여자, 부부사이의 잘못된 모험심이 가져온 결과와 거짓말, 위험한 심부름이 불러온 죽음, 삶이 공허해진 여자에게 찾아온 도벽, 노인의 침묵과 그 침묵이 가져온 또 다른 범행, 빼앗고 뺏기는 마약범들의 이야기, 부모의 무관심속에 14살의 나이에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인 줄도 모르고 아기를 낳은 소녀,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만으로 무고한 옥살이를 하고 무지때문에 보상한푼 받지 못한 외국인, 유죄판결을 내리고 싶지 않은 살인범, 가족이란 이유로 남몰래 이부동생을 돕지만 끝내 변화되지 않는 동생과 불의의 죽음, CIA를 고소 하는 미친남자까지!!! 도무지 사실일 것 같지 않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현실이 여기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었던 삶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내가 사는 이 땅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심판"에 나오는 판사였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살인을 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달리 볼 가능성은 없는 상황에서 판사는 변호사인 저자에게 말한다. "당신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드리겠습니다."라고.... 그렇지만 저자는 적절한 처벌은 무기징역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판사는 무죄판결을 내리고 검사에게도 항소하지 말것을 종용한다. 지엄한 법에도 예외는 있다고 판단한 판사의 결정, 그 판결 덕분에 그동안 지옥을 살아왔을 한여자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얻게 된다. 어쩌면 판사의 진짜 역할은 칼로 재듯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그 법에 예외를 발견 해 내고, 법의 이름으로 파괴될 인생들을 구원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아직도 고민이다. 변호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아무리 살인자라도 그 사람의 삶을 참작하여 변호할 만한 사람은 변호해야 겠지만,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할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밝혀 내는 게 쉽지 않은 듯하다. 혹여 진짜 나쁜 사람을 변호했다가 그 사람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면 어떤 기분일까? 잘 상상이 안되지만 그것 또한 하늘의 뜻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이 떠올랐다. 당장은 내가 해야할 일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결국 모든 것은 순리대로 돌아가고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 어떤 살인자라도 변호해야 할 것 같다. 사랑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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