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칸타타 - 작은 나뭇잎 프레디의 여행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조병준 옮김, 천은실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스프링 칸타타! 길이가 내 한뼘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일기장처럼 생긴 책이다. 크리스마스에 흔히 볼 수 있는 멜로디카드 처럼 왠지 책을 열면 봄의 노래들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책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읽는 편이라 버스에서는 안 읽는데 이 예쁜 책이 자꾸 나에게 읽어달라고 보채는 바람에 펼쳐들었다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길이가 짧지만 그 내용은 그냥 휙 읽어 제낄만큼 간단치가 않기에 집에와서 또 읽고 몇일 뒤에 다시 읽었다. 

 대략 65페이지 정도에 예쁜 삽화들이 많이 그려져있고 글씨는 조금씩 밖에 없어서 어른, 아이 할것 없이 읽기 편하면서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른 색깔의 감동을 안겨다 줄 것이다. 번역서라서 앞부분 약 30장은 한글로, 그 뒤를 이어 10장은 영어 원문으로 되어 있고 마지막 25장 정도는 free note로 예쁜 편지지처럼 생겼는데 너무 맘에 들었다. 어느 해의 일기장으로 써도 좋을 거 같고, 편지를 써서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참 좋을거 같다.  

 이 책의 지은이는 레오 버스카글리아로 교육학 교수였는데 학생의 자살 사건으로 교직을 그만두고 ’러브 클래스’라는 사회 교육기관을 열었다고 한다. 학생의 자살! 그에게 이 사건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상상이 안 가지만 그의 삶을 변화시킨 만큼 큰 충격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할 길을 찾을 수 없었던 어른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문구에서 왠지 죽은 아이에게 하지 못한 말, 남겨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말, 무엇보다 제자의 죽음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자신을 위해 쓴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프레디~! 이 책의 주인공은 봄에 태어난 싱그러운 나뭇잎이다. 프레디의 옆에는 알프레드, 벤, 클레어라는 친구가 있고, 베스트 프랜드 다니엘도 있다. 그들은 함께 햇살을 즐기는 법과 춤추는 법, 빗물에 몸을 씻는 법들을 배우며 자란다.



 여름은 프레디와 그의 친구들에게 가장 행복한 계절이다. 다니엘로부터 프레디는 삶의 의미도 배우게 된다. 그건 바로 "다른 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 사람들에게 그늘과, 시원한 바람과, 놀이터를 제공하면서 프레디는 스스로도 행복함을 느낀다.



그리고 가을. 처음엔 같은 초록빛이었지만 삶의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 자기만의 빛깔로 성장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게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별의 아픔을 경험하게 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겨울,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았던 프레디도 서서히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자기가 붙어있던 나무 전체의 모습을 비로소 보게된다. 그리고 자기는 죽지만 그 나무는 오래오래 살아가리라 생각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다. 자신이 그 거대한 생명체의 일부였음을 자랑스러워하며....



 프레디는 상상도 못했을테지만, 세상에 또다시 봄이 찾아왔다. 프레디의 몸도 거름이 되어 그 봄을 살아가는 생명들의 일부가 되었다. 

 작은 나뭇잎 프레디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의 의미 또한 발견하게 된다. 프레디가 나고 자란 나무처럼 우리의 삶도 하나의 유기체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누군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우리는 우리가 속해있는 공동체와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로 얽혀있기에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며 살아가야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상실의 아픔으로 슬퍼하는 이들이게 이 봄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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