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한동안 크리미널 마인드, NCIS, 라이투미 등 범죄수사 미드에 푹~ 빠져 지냈었다. 그들은 늘 최고였다. 최고의 팀! 그 팀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을 들여다 보면 저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천재성을 드러낸다. 천재적인 컴퓨터 실력, 정교한 해부실력, 읽은 모든걸 곧장 외워버리는 놀라운 기억력, 엄청난 무술실력 등....... 한 팀을 이루는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그들을 배치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역시 뛰어난 리더쉽을 갖추신 팀장님의 몫이다. 무엇보다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처음 지목했던 용의자들을 모두 제끼고 정말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는 반전에 있다. 처음 자백이란 제목을 보고 기막힌 반전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반전대신 잔잔하게 사람의 진심을 이야기 해 주는 듯 하다.

 [자백]은 한 형사가 맡은 4개의 사건으로 구성되어있다. 처음에는 범인의 시각에서 범행의 시작을 던져주고 우리의 주인공 도몬 고타로 형사가 범행이 끝난 후의 사건현장에서부터 출발하여 거꾸로 조사를 해 올라가며 범인을 찾아내는 식이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책 전반에 흐르는 인간미 때문일 것이다. 도몬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별로 특별할 것 없이 그냥 우리처럼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경찰서로 출근하는 사람일 뿐인 것이다. 그런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남들보다 뛰어난 어떤 천재성이 아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꼼꼼히 현장을 살피고, 메모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증거를 찾아다니고 결국 용의자를 검거하면 진심어린 대화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다.

 사건의 주된 소재가 총기사건같은 나의 삶과 너무 동떨어진 낯선 일이 아니라 요즘에도 뉴스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나 택시강도 사건, 불륜으로 인한 살인, 어린 자식을 내팽개치는 매정한 엄마 같은 것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사실감을 더한다.  1960년 말부터 80년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시대적 상황을 암시하는 공중전화카드가 이제야 생겼다느니, 김대중씨가 납치됐다느니, JAL항공기 납북같은 사회적 이슈가 없었더라면 2011년을 배경으로 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집에서는 다정다감한 남편으로, 아빠로, 사건현장에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형사로, 취조실에선 범인의 고해성사를 듣는 신부같은 느낌을 주는 형사 도몬! 도몬의 수사와 심리에 의해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자백했던 이들은 몸은 메었으나 죄책감이라는 심리적 감옥에서 벗어났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쩌면 형사는 범인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는 직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에서 마음에 담긴말을 하고 싶어 대나무 숲에가서 이야기 했던 사람처럼 어쩌면 범인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누군가 물어주기를....... 스스로자에 흰백을 쓰는 자백이라는 말처럼 그들은 누군가에게 가슴에 응어리진 검은 덩어리를 토해내고 스스로의 마음을 하얗게 청소하고 싶어하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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