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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을 이야기 ㅣ 이산의 책 25
황수민 지음, 양영균 옮김 / 이산 / 2003년 7월
평점 :
일반적으로 '혁명 이야기'는 위대한 사상, 거창한 구호와 정책,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는 가운데서 건재할 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사회주의에 대해서 그 저력이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틀에 박힌 혁명 이야기가 아니라 혁명 기간을 살아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서평에 책을 읽게 되었다.
인류학자가 쓴 책이니 별 재미는 없겠지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폭 빠져들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학교 교육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예원더라는 사람이 공산주의 혁명의 혜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고 당연한 과정으로 당원이 된 후 대약진운동, 사청운동, 문화대혁명 을 거치면서 그 운동들이 마을에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그 기간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그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변화하는 사회와 정책 속에서 어떻게 그 자신과 마을의 살 길을 모색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
책을 읽기 전에는 타이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저자의 자본주의적인 사고와 외부인으로서의 관점이 개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 저자는 혁명을 매개로 하여 중국의 한 조그만 농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총체적으로 알기 위해 예원더라는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끌어 내고 그것을 정리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만을 했을 뿐이다. 가장 인간적인 사상이라는 마르크스주의가 혁명을 통해 실제 사회에 적용될 때는 왜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 때가 많은가에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