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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르륵 소리
오타가키 세이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꼬르륵.- 배가 고플때 나는 소리. 그 소리를 배에 안고 있는 듯, 볼에 홍조를 띠고 오도카니 서 있는 캐릭터. 그 표지를 보면서 정감이 갔다. 여자들이라면 귀엽다고 말 할 것 같은 그 캐릭터의 배경에는 온갖 먹거리가 그려져 있다. 이 여자, 지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뭔가 먹고 싶은게 분명해. 아무거나 막 주워 먹진 않을 표정이군. 그래, 이 책이라면 뭔가 맛있는 음식을 잔뜩, 잘 소개 해 줄것 같은 인상인걸. 심지에 이 책의 부제와 띠지에도 '잘 먹고 잘 마시는 행복한 인생','알아야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한끼를 먹어도 잘 먹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읽다보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절로 날 것만 같은 푸드 에세이'라고 적혀 있잖아. 완전 믿음직스러워. 느낌이 온다 와. 이런식으로 표지만 보고 한껏 기대감을 드높이며 읽어 봤는데, 애프터 리딩의 소감은 아, 이 여작가. 식사를 술로 하는구나. 식사 취향이 엽기적이야. 막 동물의 내장 심장을 씹으며 오돌오돌한 식감을 즐기고 새의 머리를 통째로 오도독 씹으며 맛있다고 좋아하고 있어. 무슨 슬레셔 무비를 보는 듯 하군. 자라나 말 고기를 주문하면서 만족스런 표정을 짓다니 어쩐지 아저씨 같애. 읽으면서도 처음의 내가 기대한 그 무엇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것을 느꼈다...라고만 쓰면, 은근슬쩍 안 좋은 평을 하는것 같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내가 가 보지 못한 나라를 (먹으러)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먹거리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된다. 일본인 답게 일본인이 먹는 것들을 귀여운 그림으로 일상적인 소소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달 해준다. 게다가 매 챕터마다 식사때 다양한 술을 곁들이니, 뭣 모르고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경우에도 어떤 술과 어떤 안주를 찾으면 그럴싸한 조합이 되는가 하는 면에 있어서는 대단한 참고가 되겠다. 또 엽기적이라고 표현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먹거리의 식감과 맛을 모르는데에서 오는 거부스런 느낌이 드는, 그러니까 생소한 먹을거리에 대해서도 좋은 지침이 되어주는 내용인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나에게) 경험 해 보지 못해 생소한 먹을거리는, 자라 말 뇌조 메추라기 산비둘기 산도요새 등의 동물들의 머리, 심장, 간, 위, 허파, 신장 같은 내부 장기이거나 혈관 같은거...를 이 작가는 잘도 먹는다. 맛있다고 하면서. 정말 맛있을까. 이 여자가 내는 꼬르륵 소리가 내가 내는 그 꼬르륵 소리하고는 사는 세계가 다른거 같다. 이 여자 작가의 내장 먹는 이야기가 워낙에 강렬했기에 언뜻 나의 리뷰를 보면, 그런 내용 일색인것 같지만, 사실 이 여자가 내장 씹어먹는 장면(그만 좀 해.!)보다는 훨씬 더 편안하고 일상적인 먹거리도 많이 소개 되어 있다. 피자나 파스타를 종류별로 소바나 오뎅을 또 종류별로, 각종 해산물에 각종 육류를 또 부위별로 그린 그림을 보면 작가의 먹거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또하나 도쿄의 음식점이나 레스토랑이나 바 같은 풍속 에세이 같은 면도 있어서, 도쿄에서의 식도락 여행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한국 음식에 대한 인상과 소감을 볼 수 있는 페이지도 있는데, 일본인이 보기에 한국 음식은 이렇구나 하는 다른 시각을 느껴서 새삼스러웠다. 귀여운 표지에 호기심으로 무심코 첫 장을 열어봤다가 화들짝 놀라며 책을 떨어뜨릴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의 진실을 밝혔지만, DW에서 지하실 초대장이나 암살자가 나를 찾아오는건 사양인지라, 이 책을 읽고 잘 먹고 잘 마시는 행복한 인생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계기가 되었다고 밝혀둔다. 음식 만화 서가에도 꽂아 놓음은 물론이다.
여담.
혹시 원서 제목도 꼬르륵에 해당하는 일본어 일까 해서 간단한 검색을 해 봤는데 <ぐう-の音 : 숨이 막힐때 내는 소리>라고 나오더라. 뭔가..재미난 어감을 기대했는데, 이건 아니잖아. 긍까 이거는 한국어가 일단 우월함. 만세.!